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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악령에 불운' 제주의 반전카드는 '신뢰와 무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8-04 17:33 | 최종수정 2013-08-05 07:49



"특별한 해법은 없다. 선수들을 믿을 뿐이다."

박경훈 제주 감독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생각지도 않았던 그룹B 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는 최근 2무3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8위(승점 29)로 추락하며 그룹A의 마지노선인 7위(부산·승점 31)자리마저 빼앗겼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은 26라운드를 치른 후 1~7위가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룹A로, 8~14위는 강등경쟁을 펼치는 그룹B로 나뉜다.

'여름 악령'은 올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온 시점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여름만 되면 힘을 쓰지 못했다. 클래식의 유일한 섬구단인 제주는 비행기로 육지와 섬을 오고 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내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면 압력 차이 때문에 다리가 부어 올라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더위까지 겹치니 힘을 쓰기 더욱 힘들다. 강한 전방 압박과 패싱 플레이를 강조하는 제주의 축구는 체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니 경기력도 저하되고 있다. 박 감독은 3년 연속으로 이어진 '여름 징크스'를 탈피하고자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여름 징크스'도 감당하기 힘든데, 운까지 따르지 않고 있다. 1월13일 수원전(1대2)이 시작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들이 무엇인가에 홀린 듯 어의없는 슈팅을 날렸다. 특히 31일 서울전에서는 종료직전 얻은 페드로의 페널티킥이 김용대 서울 골키퍼의 손에 막히는 '운명의 장난'까지 경험했다. 제주는 서울전 무승행진을 17경기(6무11패)로 늘려야 했다. 3일 전남전(0대0)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으로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박 감독은 "이겨야 할 경기는 비기고, 비길 경기는 진다"며 "차라리 지난달 16일 울산전(0대4)처럼 대패를 당하면 속이라도 편하다. 경기를 못하지 않고 자꾸 승점을 잃으니 미칠 노릇이다"며 답답해 했다.

이제 스플릿까지 남은 경기는 5경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제주는 일단 그룹A 합류가 최우선과제다. 부진을 탈출할 해법이 필요하다. 박 감독의 돌파구는 '신뢰와 무심'이다. 그는 담담히 "특별한 해법은 없다"며 "이제와서 전술 변화는 소용이 없다. 마음을 비웠다. 우리 선수, 우리 축구, 우리 구단의 힘을 믿을 뿐이다"고 했다.

제주의 최근 부진은 주포들의 컨디션 저하가 크다. 득점선두 페드로(14골)는 지난달 6일 경남전 해트트릭 이후 5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한골만을 넣었을 뿐이다. 서동현 이진호 토종 스트라이커들의 부진은 심각할 정도다. 송진형도 특유의 감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들의 기를 살려주는게 우선이다. 대체자원들도 활용하겠지만, 제주만의 축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존 에이스들이 터져줘야 한다"고 했다.

제주가 과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룹A를 향한 제주의 출사표는 던져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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