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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만난 전남유스'김영욱-박준강,손잡고 입장'뭉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7-19 10:00



지난 16일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남 드래곤즈전은 치열했다. 파그너, 박종우에게 2골을 먼저 허용한 전남이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지만 결국 1대2로 패했다.

세상의 모든 그라운드엔 스토리가 있다. 스코어, 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 이날도 그랬다. 부산이 첫시도한 실버 에스코트, 할머니들이 손자뻘 선수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훈훈한 그림 사이로, 의미있는 한 장면이 목격됐다. '적'으로 만난 전남의 김영욱(22)과 부산의 박준강(22)이 손을 꼭 맞잡았다. 이들의 친구이자 열혈서포터인 김가림양(22)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셔터를 눌렀다. 김영욱과 박준강, 굳게 맞잡은 손엔 '10년 절친의 약속'이 숨어 있었다.

2003년 제주도 칠십리배 전국유소년축구연맹전 결승, 서울 대동초등학교 공격수 김영욱과 순천 중앙초등학교 수비수 박준강은 라이벌이었다. 김영욱이 이겼다. 대동초등학교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이듬해 전남 광양제철중학교에서 라이벌은 재회했다. 그라운드에서 늘 적으로 만나던 이들은 눈깜짝할새 절친이 됐다. 이후 광양제철고까지 6년간 '전남유스'의 이름으로 동고동락했다. 2007~2009년지동원 황도연 김영욱 박준강 조규승 등이 누비던 고교 그라운드엔 적수가 없었다. 지는 법을 몰랐다.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영화 '친구'에서처럼 함께일 때 이들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다시 길이 엇갈렸다. 전남 드래곤즈의 우선지명을 받은 김영욱은 프로행을, 박준강은 대학행(상지대)을 택했다. 방학, 휴가때마다 함께하며 우정을 이어갔다. 2013년 박준강이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었다. '오른쪽 풀백' 박준강은 올시즌 윤성효 감독의 신임속에 16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성실한 플레이로 1년차에 주전을 꿰찼다. 김창수의 이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2013년 7월 부산-전남전은 10년만의 맞대결이었다. "프로무대에서 멋지게 만나자"는 약속은 지켜졌다. 늘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꿈은 현실이 됐다. 6년을 한팀으로 뛰어온 절친은 적으로 다시 만났다. 경기 전날 서로 '경기장에서 보자'는 문자만 주고받았다. 프로답게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 직전 에스코트 실버 순서부터 '절친'의 동선이 겹쳤다. 운명처럼 나란히 섰다.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김영욱은 "일부러 함께 선 건 아니다. 형들이 앞으로 나가면서 우연히 뒤에 섰는데 내 옆에 준강이가 서있더라"고 했다. "손을 맞잡고 입장하는 순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뭉클했다"고 했다. 10년 후 맞대결에선 박준강이 이겼다. "야, 이기니까 좋냐? 다음엔 국물도 없다"며 패기있는 축하를 건넸다. 90분의 진검승부후 땀에 흠뻑 젖은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김영욱은 "축구하면서 유니폼을 교환한 적은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피말리는 프로의 세계, 전남유스의 우정은 끈끈하다. 뛰는 곳은 달라도 마음은 한곳을 향한다. 프리미어리거 지동원,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황도연, 프로 1년차인 박준강과 조규승(대전), 이대명(인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 같은 꿈을 꾸며 공을 찬다. 김영욱은 "준강이와 그랬듯 모든 전남유스 동기들과 프로 유니폼을 바꿔입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팀에서 발 맞출 날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남유스들이 꿈꾸는 '한팀'은 당연히 '원팀, 원스피릿, 원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 바로 그 팀이다. 김영욱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렇게 썼다.'팀은 다르지만, 우리 점점 성장해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돼서 다시 뭉쳐보자. 준강아! 항상 말했듯이 부상 조심하고…, 사랑한다. 친구야.'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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