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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남자 '될놈'지동원의 빅리그 멀티골은...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4-15 14:05 | 최종수정 2013-04-16 07:26


 화면캡처=The M

'원샷원킬'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의 유럽리그 첫 멀티골이 터졌다. 15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SGL아레나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프랑크푸르트와의 홈경기에 선발출전했다. 리그 6위 프랑크푸르트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코리안 파워풀' 지동원이 펄펄 날았다. 지난 2월23일 호펜하임전 이후 5경기 침묵을 깼다. 전반 28분 오른발 선제골, 후반 10분 왼발 추가골,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44분 볼 경합끝에 밀어넣은 골이 공격자 파울로 판정되며 '노골' 선언됐다. 아쉽게 해트트릭을 놓쳤지만, 강등 위기의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세주가 됐다.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가 지동원에게 '영웅' 호칭을 부여했다. 독일 일간 빌트지가 최고 평점 2점을 부여했다. 전날 마인츠전에서 2골을 기록한 손흥민과 나란히 분데스리가 주간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위기에 강한 남자 '될놈' 지동원

지동원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켜봐온 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 황도연(22·전남) 등 전남유스 절친들은 지동원을 '될 놈'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분데스리가 '멀티골'에 대한 이들의 이구동성 반응 역시 "동원이는 될 놈이니까요"다. 동료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공격수다. 수년간 그와 동고동락해온 이들, 그를 가장 잘 아는 선수들의 말인 만큼 믿을 만하다.

'될 놈' 지동원의 한방은 언제나 궁할 때 통했다. 위기에 더 강했다. 영양만점의 골이다. 2010년 홍명보호를 눈물바다로 만든 광저우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4위전, 막판 2골을 몰아쳤다. 기적같은 4대3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첫해인 2011년, 선덜랜드에서 기록한 2골은 첼시, 맨시티 등 강팀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 더욱 값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도 '깜짝 해결사'는 지동원이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잉글랜드의 중심에서 분노의 골을 쏘아올렸다. 필요할 때 터져주는 한방 '원샷원킬'의 해결 능력은 2013년 분데스리가에서도 통했다. 강등권의 팀, 아우크스부르크가 가장 힘든 순간, 빛을 발했다. 2연패, 강등권의 팀도, 골에 굶주린 선수도 절박했다. 지동원은 지난 1월 분데스리가 이적 후 12경기 연속 선발출전했다. '절친' 구자철과 함께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의 믿음속에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았다. 마틴 오닐 전 선덜랜드 감독 밑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다시 뛰는 행복감이 컸다. 2월23일 호펜하임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후 5경기에서 또다시 침묵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카타르전 이후 '지-구 특공대'의 한축인 구자철이 옆구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우려도 불거졌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지-구 특공대'가 와해되면서 팀은 2연패에 빠졌다. 가장 절실한 순간, '홀로서기'에 나선 공격수 지동원이 멀티골을 터뜨렸다. 보란듯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카타르전 직후 독일로 건너오신 부모님의 존재도 적잖이 힘이 됐다.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나홀로 생활해왔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속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됐다. 어머님이 챙겨주는 따뜻한 집밥, 가족의 관심과 사랑은 힘든 시기에 보약이 됐다.

'아깝다! 해트트릭'

유럽리그 진출 첫 멀티골을 기록했지만 '해트트릭' 기회를 놓친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전반 28분 감각적인 오른발 선제골 이후에도 지동원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반 44분 '노골 선언'은 팬들 사이에도 논란이 됐다.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볼을 따냈다. 볼을 따내자마자 지체없이 돌아서며 센스있는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주심은 볼을 따내는 발이 높았다고 판정했다. 공격자 파울이 선언되며, 골이 무산됐다. 노골 판정에 바인지를 감독이 두팔을 들어올리며 격하게 항의했다. 지동원도 머리를 감싼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발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빅리그에서 해트트릭의 기회가 무산됐다. 그러나 지동원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도 굴하지 않았다. 최상의 골감각을 과시했다. 후반 10분 또다시 지동원의 왼발이 빛났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영리한 슈팅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얀 모라벡의 스루패스를 받아 깔끔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짜릿한 키스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유럽리그 첫 멀티골과 팀의 승리를 자축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후 지동원을 프랑크푸르트전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독일 전문지 '빌트'는 평점 2점을 부여했다. 1~6점까지 부여되는 평점은 낮을수록 좋은 점수다. 지동원은 양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남은 5경기, 아우크스부르크 강등 구도?


분데스리가 승강제에선 1부리그 17, 18위가 2부리그로 강등된다. 16위는 2부리그 3위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러 잔류 여부를 가린다. 5경기가 남았다. 지동원은 피말리는 강등전쟁 속에 '구세주'가 됐다. 하노버, 도르트문트에 2연패 하며 17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지동원의 활약에 힘입어 '난적' 프랑크푸르트에게 귀한 승점 3점을 따냈다. 다시 16위(6승9무14패·승점 27)로 올라섰다. 잔류 마지노선(15위)인 뒤셀도르프(승점30)와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혔다. 17위 호펜하임과 아우크스부르크의 승점 차도 3점이다. 쫓고 쫓기는 레이스다.

뒤셀도르프는 최근 7경기 3무4패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다. 함부르크(8위), 도르트문트(2위), 프랑크푸르트(6위), 뉘른베르크(11위), 하노버(10위) 등 남은 상대들도 만만치 않다. 호펜하임은 최근 5경기 2승2무1패다. 레버쿠젠(3위), 뉘른베르크(11위), 브레멘(14위), 함부르크(8위), 도르트문트(2위)등 중상위 팀들과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묀헨글라드(7위), 슈투트가르트(12위), 프라이부르크(5위), 바이에른 뮌헨(1위), 그루터 퓌르트(18위)와의 5경기가 남았다.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살얼음판' 강등 레이스가 펼쳐진다. 중요한 시기에 터져준 지동원의 '부활 멀티골'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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