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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공격수의 영입을 싫어 할 프로팀 감독은 없다. 그러나 여건이 녹록지 않다면? 처음부터 마음을 접는게 편하다.
올시즌 전남은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두 명을 모두 돌려 보냈다. 2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예정이지만 지동원이 합류할 경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지동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보내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하 감독은 "외국인 없이 시즌을 치르다가 혹시 동원이가 부상이라도 한다면 대체 자원으로 내세울 선수도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게다가 전남은 현재 모든 선수 영입을 중지한 상태다. 모기업 포스코가 경영 악화에 시달리며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전남의 2013년 예산지원도 삭감 위기다. 선덜랜드는 전남이 제시한 이적료보다 더 높게 받으려 한다. 이적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선수의 미래를 위한 측면에서 바라보자. 지동원은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떠난다"는 비장한 출사표와 함께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전남으로의 유(U)턴은 실패라는 낙인만 남길 뿐이다. 하 감독 역시 전남이 아닌 유럽 무대 잔류가 지동원을 위한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하 감독은 "동원이는 고등학생때부터 지켜봐온 선수라 능력을 잘 안다. K-리그에서도 검증됐다. 하지만 선덜랜드에서 경기를 못 뛰는 상태에서 전남에 돌아온다면 본인이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전남에서 경기를 뛰어도 경기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팀과 동원이에게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원이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른 유럽 팀으로 이적해 경기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남은 귀한 자식을 잘 키워 큰 무대로 유학 보낸 상황이다. 지동원이 유럽에서 성공시대를 열기를 바라고 있다. 변함없는 신뢰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게 프로팀의 생리다. 이를 위해 지동원이 전남행에 대한 생각이 강하다면 연봉을 스스로 낮추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여의치 않을 경우 7억원 이상의 연봉을 맞춰줄 서울 수원 전북 울산으로의 이적도 배제할 수 없다. 최소한 하 감독의 생각은 이렇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