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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브레이커' 리오넬 메시, 그가 대단한 이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12-10 13:44 | 최종수정 2012-12-10 19:56




유럽의 한 기자는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메시의 플레이는 마치 로마와 같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에 방문한 사람들은 수천년이 지난 보석 같은 건축물 앞에서 경탄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아무 감흥없는 표정으로 "또 돌로 만든 건물이네"라며 지나치기 십상이다. 메시도 마찬가지다. 메시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으로 골을 넣고 있다. 이 당연한 모습에 우리는 메시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인식하지 못한다.

메시가 또 한번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메시는 10일(한국시각) 스페인 세비야의 베니토 비야마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5라운드 레알 베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골을 성공시켰다. 이로써 메시는 올 한해동안만 86골을 넣었다. 40년 동안 묵혀 있던 한해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1972년 독일의 게르트 뮐러가 세운 85골이었다. 메시가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미 지난시즌 역대 프리메라리가 한시즌 역대 최다골(50골), 바르셀로나 통산 역대 최다골(264골), 뮐러가 갖고 있던 한시즌 최다골(73골) 등을 차례로 경신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최초의 4연속 득점왕, 유럽챔피언스리그 한경기 최다골(5골)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다.

메시가 골을 넣는 방식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유튜브에 올라있는 그의 수많은 영상을 보자. 물론 유튜브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훌륭해 보이지만, 메시는 차원이 다르다. 메시의 골 영상을 보려면 2~3분짜리 하이라이트로는 부족하다. 놀라운 골들만 보더라도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메시는 어떤 형태로든 골을 만들어낸다. 로켓 같이 강력한 중거리슛, 번개 같은 원투패스로 만든 골도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패스하듯이 넣은 골도 있다. 골장면에서 돋보이는 것은 메시의 공간지각력이다. 그레고리오 만사노 전 세비야 감독은 "메시를 멈추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볼을 잡을 때 어떤 공간에서 잡고, 어느 공간으로 이동할지, 또 플레이를 어디로 전개할 지 미리 생각하고 움직인다. 이같은 공간지각력을 바탕으로 상대수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드리블, 완벽한 볼컨트롤, 스피드, 감속 조절까지 그의 플레이는 환상 그 자체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그의 드리블이다. 메시의 드리블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화려하진 않다. 스텝오버나 과시용 테크닉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공이 그를 따라가듯이 유려하게 공을 다룰 뿐 트릭은 쓰지 않는다. 메시는 짧고 빠른 스텝을 이용해 공간으로 볼을 이동시킨다. 이 과정에서 지켜봐야할 대목이 있다. 드리블할 때 볼을 치지 않고 밀고 다닌다. 볼을 치면 몸과 볼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밀면 몸에서 멀어지지 않아 상대 수비가 뺏기 어려워진다. 메시 역시 자신의 드리블의 비결로 "가능한 공을 발에 가까이 두려고 한다.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까이 공을 두는 드리블을 시도하는 것에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닌데…"라고 말했다.

메시가 무서운 이유는 드리블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언제나 경기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항상 공과 접촉하고, 효율적이며, 빠르며, 단순하게 패스를 해낸다. 메시는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로 골만큼이나 많은 도움을 만들어낸다.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 않은 유효 패스까지 따지면 메시는 사실상 바르셀로나가 넣는 대부분의 골에 기여하고 있다. 호셉 과르디올라 전 감독은 "메시가 세계 최고인 이유는 단지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니다. 그는 모든게 가능하다. 동료들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공간을 만든다. 무엇보다 메시가 하는 모든 플레이는 동료들을 돋보이게 만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사가들은 1m69의 작은 신장으로 헤딩을 할 수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메시에 대해 의심을 품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언젠가 기막힌 헤딩골로 당신들의 입을 다물게 해줄 테니까." 과르디올라의 말은 정확했다. 그는 2010~2011시즌 맨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기막힌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네마냐 비디치와 리오 퍼디낸드는 모두 1m90 넘는 세계 최고의 중앙 수비수 였지만 '벼룩'이라 불리는 사나이를 막지 못했다. 이 헤딩골은 비평가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메시가 득점 찬스만 노린다는 비난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전방 공격수 3명이 형성하는 1차 수비라인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공을 가로채는 횟수와 활동량 모두 엄청나다. '철천지 원수'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디 스테파노조차 메시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린다. "메시는 매경기마다 잘한다. 내 발언이 마드리드 팬들의 심기를 거스린다해도 상관없다. 메시는 월등히 앞선 최고의 선수다. 경기 내내 노력, 재능, 골, 겸손함을 보여준다."


메시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는 월드컵 우승이다. 메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 슈퍼컵, FIFA 클럽월드컵 등 클럽레벨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발롱도르와 20세 이하 월드컵, 올림픽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만 손에 넣지 못했다. 시간은 충분하다. 올시즌 메시는 대표팀 징크스마저 깨며 A매치에서도 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메시가 아직 25세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메시가 월드컵마저 들어올릴 때도 펠레는 메시를 깎아 내릴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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