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울산, 운명의 한-일전서 '유종의 미' 필요한 이유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2-10 09:46


김호곤 울산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9일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에 허무하게 패한 뒤 공동취재구역을 걸어나오는 주장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곽태휘(31)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만연했다. 그동안 울산이 '철퇴'를 휘두를 수 있게 초석이 된 그였다. 움크리고 있다가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게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력한 한 방을 담당하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 넣는 수비수'다.

하지만 곽태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가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곽태휘는 "상대 플레이에 대처하지 못했다. 우왕좌왕했다.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팀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과 달랐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곽태휘는 선수들에게 "우리의 플레이를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후반 자신의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곽태휘는 자신에게 할당된 몫을 책임지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도전은 끝이 아니다. 12일 5~6위전이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이 성사됐다. 상대는 산프레체 히로시마다. 한-일전은 클럽월드컵에서 처음 벌어지는 광경이다. 일본 J-리그 우승팀이 지난해 대회부터 참가하면서 2년 만에 이뤄졌다. '유종의 미'가 필요해졌다. 히로시마전에서 반드시 떨어진 아시아 챔피언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동시에 동아시아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일본에 밀려서는 안된다.

내년시즌을 대비하는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울산은 이번 대회에서 몬테레이와 한 경기를 치렀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좋은 모습을 보일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이긴 하다. 그러나 안될 때는 공격진과의 간격이 벌어진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압박 타이밍이 늦다. 자연스럽게 상대는 여유있게 울산의 문전을 파괴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따로 플레이한다. 팀 안에 섬이 많다. '나'가 아닌 '우리'라는 조직력으로 버티지 못하면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울산이 명문구단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복을 줄여야 한다. 극과극의 모습이 나와서는 안된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철퇴'의 색깔을 낼 줄 알아야 한다. 2년 만에 K-리그 정상을 탈환한 FC서울이 좋은 예다. 올시즌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바탕으로 유일하게 연패가 없는 팀이 됐다. 울산도 꾸준함이 요구된다. 김호곤 울산 감독과 선수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플랜B도 필요하다. 이미 '철퇴축구'는 모든 팀에 간파당했다. 이근호 하피냐 등과 다양한 공격 조합을 완성시킨 김신욱(1m96)이 막히자 공격의 맥이 끊겼다. 정확한 패스가 이뤄지지 않을 때 김신욱을 통해 공중볼 장악을 기대하는 모습은 아시아에서나 통하는 얘기일 뿐이었다.

나고야(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