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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동료들에게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온 곽태휘는 선수들에게 "우리의 플레이를 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후반 자신의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곽태휘는 자신에게 할당된 몫을 책임지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도전은 끝이 아니다. 12일 5~6위전이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이 성사됐다. 상대는 산프레체 히로시마다. 한-일전은 클럽월드컵에서 처음 벌어지는 광경이다. 일본 J-리그 우승팀이 지난해 대회부터 참가하면서 2년 만에 이뤄졌다. '유종의 미'가 필요해졌다. 히로시마전에서 반드시 떨어진 아시아 챔피언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 동시에 동아시아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일본에 밀려서는 안된다.
울산이 명문구단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복을 줄여야 한다. 극과극의 모습이 나와서는 안된다. 어느 상황에서라도 '철퇴'의 색깔을 낼 줄 알아야 한다. 2년 만에 K-리그 정상을 탈환한 FC서울이 좋은 예다. 올시즌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바탕으로 유일하게 연패가 없는 팀이 됐다. 울산도 꾸준함이 요구된다. 김호곤 울산 감독과 선수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플랜B도 필요하다. 이미 '철퇴축구'는 모든 팀에 간파당했다. 이근호 하피냐 등과 다양한 공격 조합을 완성시킨 김신욱(1m96)이 막히자 공격의 맥이 끊겼다. 정확한 패스가 이뤄지지 않을 때 김신욱을 통해 공중볼 장악을 기대하는 모습은 아시아에서나 통하는 얘기일 뿐이었다.
나고야(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