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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현장 지도자들 한 목소리 "축구 행정 개혁해야"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11-30 17:45 | 최종수정 2012-11-30 17:45


"일선 축구팀 코치가 가장 먼저 가져야할 자격증은 바로 1종 대형 운전면허입니다."

지도자라면 가장 먼저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일선 지도자들을 위해 5단계의 지도자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D급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까지다.

그럼에도 일선 팀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1종 대형 운전면허라는 이야기가 도는 것이 현실이다. 코치는 선수단이 사용할 수 있는 대형버스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을 위해 밥도 해야 한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으면 더욱 좋다는 말까지 돌 정도다. 선수들을 가르쳐야 하는 지도자들이 선수 육성이라는 본업이 아닌 선수단 지원에 목을 메야 하는 것. 바로 한국 축구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지도자들이 처한 씁쓸한 현실이다.

30일 일선 지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축구 300인 원탁토론-한국 축구 현재와 미래' 토론회였다. 이 날 창립한 한국축구사회가 기획한 행사였다. 각 학교 현장 지도자들과 축구계 종사자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박항서 상주 감독 정해성 전 전남 감독 이용수 KBS해설위원도 있었다. 당초 300명이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평일 낮에 열린 탓에 실제 참석 인원은 200여 명 안팎이었다.

일선 지도자들은 '낮은 처우와 비정규직에 대한 부담감'에 힘들어했다. 지도자들이 선수 육성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선수단 관리까지 해야하는 현실과 맞닿아있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단 관리때문에 우리의 삶을 제대로 살 지 못하고 있다'고 할 정도였다. 이어 '학생들 진학 진로와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말리그제가 시행되었음에도 여전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선수 경력 증명서에 8강 혹은 4강 성적을 기입하는 등의 불합리를 지적했다.

모든 타깃은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로 향했다. 지도자들은 이같이 자신들과 한국 축구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으로 '현실을 등한시하는 축구 행정'을 지목했다. 참석자들은 '대한축구협회 집행부와 일선 지도자들 사이의 괴리가 크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축구협회가 너무 정치적으로 간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축구 행정 개혁'을 세안했다. 말미 진행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선결사항'이라는 투표에서 200여 명의 참석 인원 가운데 75%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축구 행정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축구 행정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개혁'가 현장 지도자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상임이사는 "이날 토론을 통해 개개인적인 의견들이 '한국 축구 행정 개혁'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졌다"면서 "의견을 조만간 취합해 백서로 만들 생각이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한국축구사회가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사조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정인의 사조직이 아니다. 한국 축구사회가 축구인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단체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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