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 감독실에는 간이 침대가 있다.
비결은 뭘까. '형님 리더십'과는 또 차원이 달랐다. 서울 선수들은 개성이 강하다. 최 감독은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지만 엄격하게 관리했다. 천하의 데얀과 몰리나도 그의 말 한마디에는 꼬리를 내렸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쥐락펴락했다. 선수들과의 두뇌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의 '챔피언 리더십'은 간이 침대에서 시작됐다.
선수단 장악력, 타의 추종 불허
올시즌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데얀의 태업 논란을 제기한 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데얀은 겨울이적시장에서 거액의 유혹에 흔들렸지만, 최 감독의 한 방에 항복을 선언했다. 데얀의 K-리그 한 시즌 최다골 달성도 최 감독의 채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승부수를 꺼내든 것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선수 이름값은 그의 뇌리에 없다. 최 감독의 첫 번째 모토는 평등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즌 중반 서울은 '독수리 5형제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숙소 생활을 하는 젊은 선수들이 1~2차례 규정을 위반했다. 사안은 경미했다. 눈 감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들이 팀의 미래이기에 더 가혹하게 대처했다. 5명 모두 2군으로 내려갔고, 한 달간 외출, 외박이 금지됐다. 벌금도 부과했다. 선수단 내부의 약속은 성역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서게 됐다.
강한 것만 존재하지 않았다. 당근도 동시에 제시했다. 어린이날에는 유부남 선수들에게 케이크를 선물했다. '독수리 5형제'에게는 고참 선수 몇몇을 멘토로 붙였다. 징계가 끝날 쯤에는 직접 인근 호텔에 불러 근사하게 식사를 함께 하며 위로했다. 언뜻 보면 시즌 내내 서울의 베스트 11은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영역을 최종엔트리(18명)로 확대하면 얘기는 다르다. 선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후보에 이름을 올려도 수당이 돌아가는 선수가 있다. 적절하게 활용하며 비주전 선수들을 다독였다. 최 감독은 비주전 고참 선수들의 경우 기를 살려주기 위해 두 배의 노력을 했다.
최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이었다. 몇 개팀을 거친 후 서울에 안착한 한 스태프는 "여러 감독을 봤지만 최용수 감독님 만큼 선수단 장악력이 탁월한 분은 못 봤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해학이 있다, '넥타이-선글라스 사건'
6월 20일, FA컵 16강전에서 라이벌 수원에 5연패 한 날이었다. 최 감독은 이날 선수들과 함께 1시간30분 동안 밀폐된 공간인 버스에 갇혔다. 퇴로는 없었다. 일부 팬들이 분노했다. 아픔이었다. 당시 수원전 패배(0대2 패)에도 서울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후 비공개로 몇몇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 시즌을 치르려면 어느 팀이든 굴곡이 있다. 지난 4일 1대1로 비기며 연패를 끊었지만 수원전 7연패는 고통이었다. 최 감독은 단 한 번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서울은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연패가 없다. 최 감독은 고비마다 양념을 치며 고개를 넘었다.
9월 16일, 2주간의 A매치 후 스플릿시스템이 처음 시작된 날이었다. 상대는 부산, 무대는 원정이었다. 서울은 부산 원정에서는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6년 10월 29일 이후 9경기 연속 무승(6무3패)이었다. 어느 때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했다. 경기 전 라커룸은 긴장감이 팽배했다. 그 순간 '최용수 쇼'가 벌어졌다. 그는 넥타이를 목이 아닌 이마에 매고 선수들 앞에 섰다. '깜짝 변신'이었다. 박장대소가 터졌고, 일순간에 긴장감도 사라졌다. 서울은 이날 부산 징크스를 깨고 2대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몬테네그로 대표인 데얀은 A매치를 다녀오는 길에 종종 최 감독에게 선물을 했다. 최 감독은 9월 A매치를 앞두고는 데얀에게 특별 휴가를 줬다. '9월 선물'은 소화하기 힘든 하얀색 테의 선글라스였다. 최 감독은 백분 활용했다. 훈련 때마다 선글라스를 쓰고 출현했고, 선수들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훈련장 분위기가 최상일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상을 향한 거침없는 행진이 이어졌다.
감독 최용수의 1막은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이미 내년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최 감독은 지난달 27일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긴 후 올시즌 우승을 직감했다고 한다. 내년 K-리그를 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을 향한 발걸음도 시작됐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