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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경기에 지고 나면 밤새 뒤척인다."
1997년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한윤은 16시즌동안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터프하고 꾸준한 축구인생을 이어왔다. 김병지 최은성 이운재 등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로는 K-리그 최고령이다. 만 38세인 올시즌 부산에서 33경기에 나섰다. 6년 전인 2006년 이후 처음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1997~1999년, 2001~2005년까지 부천에서 173경기에 출전했다. 2000~2001년 포항에서 36경기, 2006~2010년까지 서울에서 131경기에 나섰다. 2010년 말 선수은퇴를 선언했던 김한윤은 안익수 감독의 러브콜로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2011~2012년 60경기에서 리그 최강 부산 질식수비의 중심에 섰다. 터프한 플레이,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준 안감독을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안 감독은 "나는 돗자리만 깔아줬을 뿐, 그 위에서 멋진 춤사위를 보여준 건 한윤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했다. 안 감독은 김한윤에게 내심 500경기까지 바라고 있지만 본인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는 후배들에게 체력에서 밀리거나 민폐가 된다고 생각될 때는 당장이라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나 때문에 후배들이 한발이라도 더 뛰게 되거나, 팀에 도움이 안될 경우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것이다. 철인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정신이었다. '매경기 최선을'이라는 각오로 나선 한경기 한경기가 쌓여 400경기가 됐다. 매일 훈련에 나서기전 단 한번도 20~30분의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놓은 적이 없다. 특별히 챙겨먹는 보약도 없다. "부모님께 튼튼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같다"며 웃었다.
팀과 가족 위해 뛰는 '터프한 아버지'
김한윤은 K-리그 통산 최다 경고수를 보유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터프한 플레이로 어린 후배들을 일부러 다치게 한다는 '오해'는 지금까지도 가슴아프다"고 했다. 무려 128회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6시즌 동안 받은 레드카드는 단 3장에 불과하다. 팀을 위해 영리하게 경고 관리를 했다는 뜻이다. "올 시즌에만 레드카드를 2번 받았다"며 아쉬워했다. "예전에는 심판과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승률이 상당히 높았는데, 올해는 승률이 좀 낮아졌다"며 웃었다. 개성 강한 선수답게 별명도 많다. '반칙왕' '카드캡터' '아버지' '한느님' 등등.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을 물었다. "별명에 별 관심은 없지만 '아버지'가 그래도 듣기엔 괜찮더라 서울 있을 때 '(김)치우놈'이 지어준 건데…"라며 수줍게 웃었다. 실제로도 그는 가정적인 아버지다. 3년 전인 서른다섯 뒤늦게 결혼해 얻은 두살배기 아들 지원이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아빠를 기억할 나이까지 뛰고 싶은 작은 꿈이 있다. 가족은 그를 쉼없이 달리게 하는 힘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터프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따뜻한 '반전 있는 남자'다. 터프하고 따뜻한 '아버지'는 포항전에서 400경기동안 자신을 지켜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단팥죽 400그릇을 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