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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전쟁 앞둔 K리그, 판도는 어떻게?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14 13:56


13일 오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2012 K리그 그룹A(서울,전북,수원,울산,포항,부산,제주,경남)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2013년 승강제를 앞두고 15일부터 순위별 '그룹A'와 '그룹B'로 나눠 운영하는 '스플릿 시스템'을 시작하는 K리그는 1부 리그 잔류를 위한 하위 8팀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과 우승컵을 향한 상위 8팀끼리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박경훈, 윤성효, 최용수 감독이 황선홍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며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쉼 없이 이어진 지난 여름의 무더위만큼이나 뜨거웠다. 올 시즌부터 적용된 스플릿 시스템이 중위권에 새로운 소용돌이를 일으켰고, 이렇게 나뉜 그룹 A는 우승과 ACL 티켓을, 그룹 B는 강등을 두고 이번 주말부터 또 한 번의 처절한 혈투를 시작한다.

겉보기엔 그룹 A와 B, 두 조각이 전부이지만, 16개 팀의 판도를 찬찬히 살피면 조금 더 많은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우승을 노리는 조각, ACL 티켓을 노리는 조각, 그리고 이들을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상위 스플릿 조각이 있다. 손 내밀면 그룹 A에 닿을 곳에서 하위 스플릿 팀들과 경쟁해야 하는 조각도 있고, 무조건 강등은 피하고 보자는 비장함을 컨셉으로 한 조각도 있다. 이렇게 나눈 다섯 조각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고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전제 조건을 하나 달자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바로 축구'란 것이다.

1. 스플릿 첫 우승의 향방은 우리가 가린다.

1위 : 서울 / 승점 64 / 19승 7무 4패 / 득실차 +26

2위 : 전북 / 승점 59 / 17승 8무 5패 / 득실차 +30

중위권에서 박이 터지는 동안, 최상위권에선 괄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시즌 초부터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넘보던 서울이 전북의 독주 체제를 깬 것, 상대가 지난 시즌 5월 이후로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2011 K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전북이라 의미는 더하다. 그것도 승점 5점 차로 여유가 있는 편이며, 더욱이 2004년부터 지속돼온 수도권-비수도권 교차 우승의 법칙 또한 서울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과 전북의 우승 경쟁엔 두 가지 변수가 있는데, 하나는 정규리그 마지막 4경기에서 3무 1패로 부진했던 전북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다른 하나는 지난 2월부터 K리그, ACL, 대표팀을 오가며 쉬지 못했던 이동국이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느냐다. 올 시즌 중 최다 연승 기록(9승)에 도전했을 만큼 '이기는 경기'에 익숙한 전북이지만, 공격의 마침표를 찍을 이동국이 체력 저하를 겪고 있고, 조커 카드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던 정성훈이 팀을 떠났다는 사실이 내심 마음에 걸린다.

2. ACL 경유 티켓을 향한 절박함을 엿보다.


3위 수원 : 승점 53 / 15승 8무 7패 / 득실차 +12 (득48)

4위 울산 : 승점 53 / 15승 8무 7패 / 득실차 +12 (득43)

5위 포항 : 승점 50 / 15승 5무 10패 / 득실차 +9

6위 부산 : 승점 46 / 12승 10무 8패 / 득실차 -1

ACL 티켓 2.5장 중 직행 티켓 두 장은 앞선 두 팀이 갖고 남은 0.5장, 즉 플레이오프를 경유해야 하는 티켓의 주인공을 이 조각에서 가리게 된다. 그런데 이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할 전망이다. 수원과 울산은 승점(53)은 물론 득실 차도 +12로 같아 원점부터 시작하는 상황이고, 50점 포항이 간발의 차로 추격하고 있으며, 46점 부산이 저 멀리서 숨 가쁘게 달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각 팀들이 보인 최근 흐름이다. 가령 수원은 서포터스와의 관계 회복 후 서울전 승리까지 챙기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울산은 정규리그 마지막과 FA컵 4강전에서의 성적이 좋지 못해 조금은 처진 상태다. 포항은 최근 4연승으로 거칠 것이 없고, 부산은 무승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3주 만에 리그가 재개되는 지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이 팀들도 우승 레이스에 가담할 가능성은 있지만, 앞선 두 팀과의 승점 차는 생갭다 크게 나는 편이다. 서울의 승점이 64점이고 3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의 승점이 53점, 서울이 정규리그에서 그룹 A에 속한 7개 팀을 상대로 한 전적이 14전 5승 6무 3패였음을 감안하면 역전 우승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수원 입장에서 서울의 독주에 배가 아플 수도 있는데, 앞서 말했듯 '그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단 두 번의 슈퍼매치 모두 싹쓸이하는 것이 절실하다.

3. 먼발치에서 0.5장의 기적을 노래하다.

7위 제주 : 승점 43 / 11승 10무 9패 / 승점차 +13

8위 경남 : 승점 40 / 12승 4무 14패 / 득실차 +3

막판 부진을 겪긴 했어도 제주가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확률은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리그 최종전 대역전극을 써낸 경남은 떠나가는 상위 스플릿 열차에 가까스로 뛰어들어 뒤쫓아오는 하위 스플릿 팀들을 향해 씩 웃어 보이는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두 팀의 시선 역시 앞선 그룹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0.5장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수원, 울산과의 승점 차가 각각 10점, 13점이나 난다. 특히 경남이 상위 스플릿에 드는 기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긴 했으나, 이번 역시 어려워 보이긴 매한가지다. 훗날 아시아 클럽 축구의 규모가 커졌을 때, 유로파리그에 걸맞는 대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AFC컵이라는 대회가 ACL 밑에 존재하긴 하나 제주와 경남이 나서서 어울리기엔 대회 수준이 낮은 편이다. 7~8위권에 자리한 팀들에겐 상위 스플릿 진출 후에도 군침을 돌게 할 또 다른 당근이 필요하다.

4. 14번의 스플릿 경기,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

9위 인천 : 승점 40 / 10승 10무 10패 / 득실차 -2

10위 대구 : 승점 39 / 10승 9무 11패 / 득실차 -7

11위 성남 : 승점 37 / 10승 7무 13패 / 득실차 -6

'너는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너도 분명히 상위 스플릿 가고 싶잖아'에 어울릴 세 팀의 이야기, 바라만 봐도 아쉬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마지막까지 경쟁하며 미운 정까지 들었던 경남은 K리그판 계급 제도에 가로막혀 내년에나 볼 수 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들에게 허락되는 순위는 9위가 전부다. 하지만 이 팀들에게도 이겨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빨리 9위를 결정지을 수만 있다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음은 물론 1.5~2군에 머물던 선수들을 여러 조합으로 시험해 보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할 여유를 얻게 된다.

그런데 인천, 대구, 성남, 마지막까지 상위 스플릿을 노렸던 팀들 간의 격차가 워낙 좁아 나머지 두 팀을 따돌리고 여유롭게 9위를 차지하기가 간단해 보이진 않는다. 8위를 누리며 시도민구단 최강자 자리를 맛본 인천과 대구는 분풀이에 나설 것이고,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에 준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 전통명가 성남은 자존심 힐링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 판세가 제공할 재미는 다른 조각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5.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무조건 살아남아라.

12위 전남 : 승점 29 / 7승 8무 15패 / 득실차 -21

13위 대전 : 승점 28 / 7승 7무 16패 / 득실차 -20

14위 ?광주 : 승점 27 / 6승 9무 15패 / 득실차 -11

15위 상주 : 승점 27 / 7승 6무 17패 / 득실차 -17

16위 강원 : 승점 25 / 7승 4무 19패 / 득실차 -20?

이들의 분위기를 더없이 잘 보여주고 있는 강원 김학범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덧붙인다. "꼴찌 팀을 무엇 하러 인터뷰해요. 꼴찌에서 세 번째(2개 팀이 강등당하는 제도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 조건) 정도 하고 싶다고 써 줘요. 보시다시피 방법이 없어요. 선수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이게 애절함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우리 모두가 절실해요. 뒤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그래도 선수들이 잘 따라오니까 그거 믿고 가는 거예요. 다른 거 다 됐고 무조건 살아남아야 돼요"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인데, 강등제 원년의 희생양은 입도 없어질 판이다. 비단 김학범 감독만이 아니라 이 그룹에 속한 모든 지도자들, 선수들, 구단 프런트가 절실한 마음뿐일 것이다. 2부 리그 행에 얽힌 상주가 변수가 되긴 하겠지만, 일단은 12위 전남과 16위 강원의 승점 차가 고작 4점밖에 나지 않아 무조건 이기고 봐야하는 입장이다. 모두 돌아가면서 한 번씩은 꼴찌를 맛봤기에 그

씁쓸함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는 뼈저리게 알고 있을 터, 그래서 그들의 축구는 전쟁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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