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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이미 감지됐다. 며칠전부터 런던 한국인 사회는 들썩였다. 다들 가봉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B조 최종전이 열릴 웸블리 티켓을 사기 바빴다. 올림픽대표팀이긴 했지만 한국 팀이 축구 성지 웸블리를 최초로 밟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2008년 4월 당시 웨스트브로미치 소속이었던 김두현이 FA컵 4강전에서 웸블리를 밟은 이후 4년만이었다. 이후 박지성과 이청용이 유럽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한번씩 웸블리를 밟았다.
시작 휘슬이 울렸다. 그라운드 안팎 모두 장악했다. 경기력에서는 한국이 가봉에 앞섰다. 관중석에서도 한국인 관중들은 응원을 주도했다. 깜짝 손님도 있었다. 박지성(QPR)과 이청용(볼턴)이었다. 열심히 싸우는 후배들을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1층 좌석과 2층 지붕이 만나는 자리에 있었다. 경기를 보기가 가장 좋은 좌석이었다. 하프타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인 뿐만이 아니었다. 둘을 알아본 영국 현지인들도 찾아왔다. 경기장 관계자는 서둘러 이들에게 가장 앞에 있는 테이블 좌석을 내주었다. 선수 출입구 바로 옆에 있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후반전을 뛰러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깜짝 손님의 방문에 힘입어 웸블리는 경기 내내 '대~한민국'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콧대높은 영국 관중들조차도 '대~한민국'의 손박자를 따라했다.
90분 후 체코의 파벨 크랄로베치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만의 8강이었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다시 경기장에는 '대~한민국' 구호와 함께 태극기 물결이 뒤덮였다. 영국인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한민국이 웸블리를 접수한 날이었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