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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홍명보호 8강 가던 날. 웸블리는 대한민국이 접수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8-02 02:26 | 최종수정 2012-08-02 02:57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2일(한국시각) 런던 윔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봉과의 경기를 펼치는 가운데 한국 응원단이 현지인들과 뒤섞여 파도 응원을 펼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분위기는 이미 감지됐다. 며칠전부터 런던 한국인 사회는 들썩였다. 다들 가봉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B조 최종전이 열릴 웸블리 티켓을 사기 바빴다. 올림픽대표팀이긴 했지만 한국 팀이 축구 성지 웸블리를 최초로 밟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2008년 4월 당시 웨스트브로미치 소속이었던 김두현이 FA컵 4강전에서 웸블리를 밟은 이후 4년만이었다. 이후 박지성과 이청용이 유럽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한번씩 웸블리를 밟았다.

경기가 열리는 2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시내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피카딜리서커스나 옥스퍼드 서커스 등 중심가에는 한국의 유니폼이 심심치않게 눈에 띄었다. 웸블리로 가는 메트로폴리탄 라인 전철안에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타고 있었다. 저마다 얼굴에는 기대감으로 넘쳤다. 웸블리파크역. 경기 기념품을 파는 상인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련 물품들은 벌써 동이 났다. 그는 "여기는 분명히 영국 런던이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국 사람들 천지다. 한국 관련 물품을 다 사가지고 가더라. 난 오늘 대박이다"고 말했다.

기대가 컸다. 조별리그 내내 보여준 홍명보호의 경기력 때문이었다. 멕시코와 스위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신들도 홍명보호의 예상밖 깜짝 경기력에 주목했다. 당초 B조 최하위로 지목됐지만 이제는 B조 1위까지 넘보는 강호가 돼있었다.

시작 휘슬이 울렸다. 그라운드 안팎 모두 장악했다. 경기력에서는 한국이 가봉에 앞섰다. 관중석에서도 한국인 관중들은 응원을 주도했다. 깜짝 손님도 있었다. 박지성(QPR)과 이청용(볼턴)이었다. 열심히 싸우는 후배들을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처음에는 1층 좌석과 2층 지붕이 만나는 자리에 있었다. 경기를 보기가 가장 좋은 좌석이었다. 하프타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인 뿐만이 아니었다. 둘을 알아본 영국 현지인들도 찾아왔다. 경기장 관계자는 서둘러 이들에게 가장 앞에 있는 테이블 좌석을 내주었다. 선수 출입구 바로 옆에 있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후반전을 뛰러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깜짝 손님의 방문에 힘입어 웸블리는 경기 내내 '대~한민국'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콧대높은 영국 관중들조차도 '대~한민국'의 손박자를 따라했다.

90분 후 체코의 파벨 크랄로베치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만의 8강이었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았다.

다시 경기장에는 '대~한민국' 구호와 함께 태극기 물결이 뒤덮였다. 영국인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한민국이 웸블리를 접수한 날이었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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