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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림픽대표팀은 최근 프랑스에 다녀왔다. 런던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전지훈련 겸 23일 프랑스에서 개막한 제40회 툴롱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매년 열리는 툴롱국제대회는 세계청소년월드컵을 앞두고는 청소년대표팀을, 올림픽을 앞두고는 올림픽대표팀을 초청해 대회를 치른다. 올림픽대표팀들이 초청된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5개국(일본, 모로코, 벨라루스, 이집트, 멕시코) 등 총 8개국이 출전했다. 일본은 모로코, 네덜란드, 터키와 A조에 속해 조별예선을 치렀다. 결과는 1승2패로 조별예선 탈락. 그러나 일본은 대회 결과보다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었다. 프랑스에서 10일 가까이 전지훈련과 대회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고 손발을 맞췄다. 상대국들의 전력 분석은 보너스였다. 반면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홍명보호는 이 대회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정확히 얘기하면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KFA)가 '뻥' 걷어 차 버렸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멕시코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김태영, 박건하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프랑스 현지에서 일주일간 대회를 관전했을 뿐이다.
영국이 평가전 상대가 될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어이 없는 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잉글랜드와 A대표팀은 물론 올림픽대표팀간 평가전을 치를 수 있는 기회조차 날려 버렸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1월 잉글랜드축구협회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데이비드 리챠드 잉글랜드축구협회 부회장 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회장이 직접 방한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밝힌 MOU 주요 내용에 따르면 2011~2012년 중 한국-잉글랜드 대표팀간 A매치 개최(개최지 한국), 런던올림픽 이전 올림픽대표팀간의 경기(홈 앤드 어웨이)를 하기로 되어 있다.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한국과의 경기를 위해 대표팀 A매치 일정까지 조율했고 대한축구협회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잉글랜드축구협회에 날짜를 통보하기로 돼있었다. 보통 2년간의 A매치 일정을 미리 짜놓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사정을 보면 특혜 수준이다. 이 마저도 협회의 어설픈 행정으로 무산될 위기다. 잉글랜드의 2012년 A매치 상대국은 이미 다 정해졌다. 2012년이 6개월 남았지만 유로 2012대회 출전 등 잉글랜드 대표팀의 빠뜻한 일정을 봤을때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런던올림픽 이전에 치르기로 했던 올림픽대표팀 홈 앤드 어웨이 경기의 무산이 더 안타깝다. 런던올림픽이 코 앞이다. 홍 감독은 본선진출국을 평가전 상대로 원했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상대는 본선 진출에 실패한 시리아다. 홍 감독은 "지금 상황에 본선진출 팀들이 한국에 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나보다"며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협회는 지난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을 밀실에서 경질했다.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는 거액의 특별 위로금(약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K-리그에서 실패한 인사를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차장에 선임했다. 최근에는 에닝요(전북)의 특별 귀화 문제를 두고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와 날을 세우다 결국 꼬리를 내렸다.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공룡단체' 대한축구협회의 일방통행은 도를 넘어섰다. 친선경기의 개최 여부는 협회가 정할 문제라며 항변할 수도 있지만 대표팀 지원과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업무가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