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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홍명보호의 모범생에서 딜레마로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6-01 18:14


◇박주영(왼쪽)은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한 홍명보호의 가장 유력한 와일드카드로 꼽힌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박주영이 교체출전에 앞서 홍명보 감독으로부터 작전 지시를 듣고 있다.

박주영은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자랑하는 선수다. 출중한 실력은 기본이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축구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홍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1순위로 박주영을 선택했다. 대표팀의 최전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박주영은 어린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비록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팀의 리더로 우뚝 섰다. 홍 감독은 이때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로 박주영을 점찍었다. 홍명보호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2년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홍 감독의 마음은 그대로다. 변한 것은 박주영, 정확히 말하면 박주영의 현 상황이다.

가장 먼저 경기력이다. 박주영은 2011~2012시즌이 시작되기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로 이적했다. 풍운의 꿈을 안고 런던에 발을 디뎠다. 녹록치 않았다. 아스널의 주전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가 펄펄 날았다. 매 시즌 부상으로 신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판 페르시의 활약에 박주영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 1경기를 포함해 6경기에 나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간간이 A대표팀에 나섰지만 경기 감각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편법 병역 연기 논란이다. 병역법을 악용해 만 35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게 됐다. 국민 여론이 악화됐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스페인-카타르-레바논전을 앞두고 "박주영이 기자회견에 나와 병역에 대해 해명한다면 A대표팀에 선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최 감독의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홍명보호다.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박주영을 대신할 대안들이 꽤 많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 이근호(이상 울산) 등이 있다. 홍명보호는 대안이 마뜩지 않다. 스페인전에서 지동원(선덜랜드)과 손흥민(함부르크)은 홍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홍 감독은 스페인전을 보고 1일 귀국한 자리에서 지동원에 대해 "스페인전에서 자기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손흥민에 대해서도 "처진 공격수 자리는 공격 못지않게 수비도 중요하다. 스페인전에서는 원톱에 선 지동원과의 호흡이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혹평했다. 김현성(서울)이나 김동섭(광주)도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홍 감독은 직접 박주영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과 한번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주영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올림픽대표팀에 대해, 또 다른 문제(병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키는 박주영이 쥐게 됐다. A대표팀처럼 병역에 대해 속시원히 밝히지 못한다면 홍 감독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홍 감독은 "A대표팀과 똑같은 상황이면 올림픽대표팀도 똑같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박주영은 홍명보호의 딜레마가 됐다.
인천공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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