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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청용-박주영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5-31 14:40


2009년 한국과 호주의 친선경기에서 박주영(10번)이 이청용(17번)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취골을 넣었다. 박지성이 축하해주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스페인전 1대4 참패를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은 시의 한 대목을 떠올렸다.'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87년전 발표된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다.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의 주인공은 박지성(맨유) 이청용(볼턴) 박주영(아스널)이다. 박지성은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A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의 은퇴 결심은 확고하다. 이청용은 2011~2012시즌이 시작되기전 뉴포트카운티(5부리그)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1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린 뒤 시즌 막판 복귀했다. 최강희 감독은 그의 몸상태를 고려해 A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거의 뛰지 못했다. 여기에 편법으로 병역을 연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최 감독은 박주영에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거부했다. 최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박주영의 이름을 A대표팀 명단에서 뺐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은 이들을 대신해 나선 선수들이다. 스페인전에서 대체 선수들의 경기력 실망 그 자체였다. 이름을 부르다가 내가 '속이 터져' 죽을 정도였다. 특히 박지성이 뛰던 왼쪽 측면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아시안컵 이후 1년 이상 '공백 만회 불가'다. 박지성처럼 세계 톱클래스급 기량을 선보이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고 상황에 맞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박지성의 근면함을 보여달라는 것일 뿐이다.

이번에도 실패였다. 염기훈(경찰청)이 왼쪽 측면에, 손흥민(함부르크)이 중앙에 나섰다. 둘 다 고군분투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염기훈은 몇 차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날렸다. 손흥민은 담대한 슈팅을 시도했다. 둘 다 애썼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후반 염기훈을 대신해 투입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과 김치우(상주) 역시 큰 아쉬움만을 남겼다.

이청용이 버틴 오른쪽 미드필더도 마찬가지다. 평소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활발하면서도 위협적인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을 이끈다. 하지만 이청용의 대체자로 나선 남태희(레퀴야)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스페인의 수비수들에게 막히며 백패스를 남발했다. 김치우의 투입 후 김보경은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 역시 이청용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자리는 박주영이 서던 원톱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의 박주영이다. 아스널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데다 편법 병역 연기 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재의 박주영은 논외다. 월드컵 당시 박주영은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남아공월드컵 기술보고서에서 박주영을 '기술이 좋고 빠르며 움직임이 많은 스트라이커'라고 평가했다.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무기로 삼아야할 '스트라이커 롤모델'이다.

하지만 선발 원톱으로 나선 지동원(선덜랜드)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히 기대를 걸었던 지동원은 존재감이 없었다. 스페인 수비수를 제칠 기술도, 그들을 따돌릴 스피드도 보여주지 못했다. 움직임도 최전방에 한정되어 있었다. 교체투입된 이동국(전북)은 최전방에서 볼을 키핑하는 데만 주력했다. 원래 박주영과 다른 플레이 스타일의 선수다보니 더 이상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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