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축구에서 수비의 기본은 압박이다.
반대로 한국은 전혀 압박하지 못했다. 후방에 포진한 사비 알론소가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가 수차례 한국진영까지 연결됐지만, 이를 저지하는 선수가 없었다. 다비드 실바(맨시티), 후안 마타(첼시), 산티 카졸라(말라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자유롭게 볼을 받을 수 있도록 내버려뒀다. 스페인은 여유롭게 뒷공간을 파고 들었고, 뛰어드는 움직임을 확인하고 패스했다. 이정수-조용형 중앙 수비수의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미드필드부터 압박하지 못한 것이 컸다.
'압박축구'는 개인 기술이 떨어지는 팀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비방법이다. 1대1보다 2대1, 3대1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서 보여준 한국의 압박축구를 떠올려보자.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효과적 부분전술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그 결과 기술이 좋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무력화시켰다. 제대로 된 압박수비는 오히려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혀 원활한 공수전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체력 부담이 있던 스페인은 과감한 압박축구로 자신의 템포로 경기를 치렀다. 체력도 아끼는 두가지 효과를 누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