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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수비'로 카타르 넘어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5-31 12:43


사진캡처=FIFA 홈페이지

현대축구에서 수비의 기본은 압박이다.

'압박축구'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기점으로 등장했다.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좁히고 지엽적으로 상대에 압박을 가하는 '압박축구'는 공격이 대세를 이루던 축구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고,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압박축구'는 정점에 올랐다. 이 후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 기술축구를 앞세워 '탈압박시대'를 열었지만, '압박축구'는 여전히 현대축구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압박축구'의 선두주자인 '세계최강' 스페인은 한국 축구에 '압박축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감탄을 자아낸 스페인식 짧은 패스의 시작은 압박이었다. 스페인은 '공격하듯' 수비했다. 공격진에서부터 압박을 시작하며 다시 공을 빼앗아 왔다. 앞선에서의 볼쟁취는 빠른 공격을 의미했다. 전반 20분까지 한국의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은 스페인의 전방압박에 허둥거렸다. 압박에 몰린 한국은 공을 전방으로 길게 연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정확도가 떨어졌다.

반대로 한국은 전혀 압박하지 못했다. 후방에 포진한 사비 알론소가 한번에 찔러주는 패스가 수차례 한국진영까지 연결됐지만, 이를 저지하는 선수가 없었다. 다비드 실바(맨시티), 후안 마타(첼시), 산티 카졸라(말라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자유롭게 볼을 받을 수 있도록 내버려뒀다. 스페인은 여유롭게 뒷공간을 파고 들었고, 뛰어드는 움직임을 확인하고 패스했다. 이정수-조용형 중앙 수비수의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미드필드부터 압박하지 못한 것이 컸다.

'압박축구'는 개인 기술이 떨어지는 팀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비방법이다. 1대1보다 2대1, 3대1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서 보여준 한국의 압박축구를 떠올려보자.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효과적 부분전술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그 결과 기술이 좋은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무력화시켰다. 제대로 된 압박수비는 오히려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좁혀 원활한 공수전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체력 부담이 있던 스페인은 과감한 압박축구로 자신의 템포로 경기를 치렀다. 체력도 아끼는 두가지 효과를 누렸다.

스페인만큼은 아니지만 최종예선에서 맞붙을 카타르, 레바논, 이란 등은 모두 개인기술이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됐다. 특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번째 상대인 카타르는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귀화한 테크니션들이 즐비하다. 원정경기인만큼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하지 않는다면 카타르의 공격력에 말릴 가능성이 있다. 중동의 더운 날씨속에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서도 효율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스페인이 보여준 '압박수비'는 최강희호에게 준 교훈인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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