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는 잘 싸웠다. 그러나 허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소속 선수들이 빠졌어도 스페인은 스페인이었다. 최강희식 닥공(닥치고 공격)을 볼 기회는 없었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이 취하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경기 내내 스페인의 빠른 패스 템포에 고전한 것이 다소 아쉽다. 아크 부근에서 상대 패스가 전개되는 와중에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중거리슛 기회를 노출하는 장면도 드러났다. 전반 12분 페르난도 토레스에 내준 선제골도 공간 압박이 늦어지면서 나온 장면이다. 이후 공간 패스를 앞세운 스페인에 잇달아 찬스를 내줬다. 제대로 연결이 됐다면 추가골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 이어졌으나 운좋게 넘어갔다. 일찌감치 훈련에 돌입했으나 조직력을 맞추기는 아무래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섀도 스트라이커 임무를 맡은 손흥민의 활약이 빛났다. 스페인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전반 20분 왼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면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전반 35분에는 남태희가 스페인 골키퍼 호세 레이나와 1대1로 맞서는 패스를 연결하는 등 지원군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남태희는 측면 플레이 뿐만 아니라 과감한 문전 쇄도로 한층 나아진 공격 위치 선정 능력을 보여줬다. 전반 43분 한 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한 김두현의 슈팅 능력도 칭찬 받을 만했다. 원톱 지동원은 상대 수비진에 막혀 제대로 된 찬스조차 만들지 못하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구자철도 공수 연결고리 역할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