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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진출 이후 첫 무관에 그친 박지성, 향후 그림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5-14 13:48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왼쪽)과 박지성. 스포츠조선DB

이렇게 운이 없었던 시즌도 없었다.

박지성(31)은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 한시즌 동안 어느 대회가 됐건 우승트로피에 입맞추지 못한 적이 없었다. '우승 청부사'란 별명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2005~2006시즌 자신의 잉글랜드 데뷔골을 신고했던 리그컵 우승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리그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 1회, 컵대회 2회, 커뮤니티실드(전시즌 리그와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이벤트성 경기)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1회 등 총 11차례 우승을 맛봤다. 맨유의 '제2의 황금멤버'로 활약했다. 단, FA컵은 박지성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대회로 남아있다.

올시즌은 시련이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았던 유로파리그에서도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회에서 주장 완장도 찼다. 그러나 잇단 팀 패배에 책임을 통감해야 했다. 이어 맨유는 FA컵과 리그컵에서도 각각 32강전과 8강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 13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리그에서도 우승을 놓쳤다. 맨시티의 믿기힘든 대역전 드라마에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7시즌 만에 무관에 그쳤다.

이번 시즌 후반에는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서 영국 언론들의 표적이 됐다. 급기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살생부 명단에 올랐다'는 루머에 휩싸였다. 점점 거취가 불안해보였다.

우려와 달리 상황은 변동이 없다. 맨유와 계약이 종료되는 2013년 6월까지 '맨유맨'으로 남아있겠다는 것이 박지성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맨유에서도 이적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14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측의 변동은 없다. 맨유에서 '이적을 고려해보라'는 주문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성이의 입지가 지난해보다 안좋아지지 않았다. 올시즌에도 유럽챔피언스리그나 다른 대회 경기가 있었다면 출전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내년 초반에는 많이 뛰게 될 것이다. 지성이는 그동안 감독의 전략적인 선수였지 주축멤버로 고정된 선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행복한 결말을 꿈꾸고 있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한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은퇴 시점은 2014년 6월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8월 맨유와 재계약할 당시 옵션 조항을 넣었다. 2012~2013시즌 40%의 경기를 소화하면 자동적으로 1년이 연장되는 것이다. 박성종씨는 "내년에 계약이 자동 연장되면 맨유에서 은퇴해도 된다. 나이가 34세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헌데, 이 옵션이 맨유에서 아름답게 은퇴할 수 있는 조건이자 변수가 될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이 변심할 경우 내년시즌 박지성의 출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지성은 곧바로 축구화를 벗지 않을 전망이다. 박성종씨는 "내년시즌 맨유와 재계약이 안될 경우 지성이가 32세밖에 되지 않는다. 어리다. 1~2년 더 뛸 수 있다. 시기를 보고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해 은퇴를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성은 15일 아일랜드에서 펼쳐지는 은퇴경기에 팀 동료들과 다함께 참석한 뒤 17일 입국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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