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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원 전북 무너뜨린 '연간 10억원' 포항 유스의 힘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22 18:56


포항 이명주.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2011년 시즌을 앞두고 포항에 부임한 황선홍 감독은 '유스시스템'을 강조했다. 포항의 선진화된 유스시스템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내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2일 포항의 유스시스템은 빛을 발했다. 전북과의 K-리그 9라운드 홈경기에서였다.

이날 전북 선발명단에는 포항에서 뛰던 선수가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을 비롯해 박원재와 조성환이었다. 전북의 공격과 수비의 핵심이다. 모두 포항에서 전성기를 열었다. 전북으로 이적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K-리그 최고 연봉자인 김정우(약 15억원 추정)도 교체명단에 있었다. 출전 18명의 몸값을 합치면 50억원은 쉽게 넘기고도 남는다.

반면 반대편에 있는 포항의 선발 명단은 남달랐다. 선발 11명 가운데 4명이 '메이드 인 포항' 즉 포항 유스팀인 포철공고 출신이었다. 교체명단에도 신화용과 신진호 등 2명이 이름을 올렸다. 포항은 유스시스템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전반 3분 황진성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경기 내내 포철공고를 나온 신인 이명주의 공격력은 빛났다. 고무열과 신광훈은 측면을 누볐다. 포항은 1대0으로 승리했다.

한 경기 승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팀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포항이 앞섰다. 연간 유스시스템 운영에 10억원 가량 쓴다. 김정우의 몸값에 3분의 2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매년 좋은 선수를 배출해낸다. 이동국을 비롯해 황진성 신광훈 오범석 박원재 등 K-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무열이 펄펄 날았다.

포항의 유스시스템은 다른 팀들에게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공고로 이어지는 유스시스템은 체계가 잡혀있다. 프로구단이 직접 선수들을 관리하고 육성한다. 학부모들이 재정적인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

포철공고는 지난해 SBS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우승, 포철중은 전국춘계중학연맹전 및 경북 중등부 리그에서 우승했다. 포철동초는 춘계전국유소년연맹전 및 호주 캉가컵 축구대회, 경북 초등부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좋은 성적에 이름있는 유망주들이 포항으로 몰리고 있다. '탄탄한 시스템 →좋은 선수 육성 → 탁월한 성적 → 유망주 대거 지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다.

포항 관계자는 "올 시즌부터 유스팀 출신 선수들의 우선지명이 가능하다. 더욱 좋은 육성 정책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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