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남일-설기현, 베테랑의 좋은 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3-28 12:10


김남일(왼쪽)과 설기현.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베테랑(VETERAN). 프랑스어로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지칭할때 쓰는 말이다. 인천에 3경기만에 첫 승을 안겨준 김남일(35)-설기현(33)이야말로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인천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두 선수를 영입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자 해외 여러 리그에서 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들을 앞세워 경험 부족으로 쉽게 무너졌던 지난 시즌의 약점을 보완하려 했다. 허정무 감독은 동계훈련동안 이들의 경험과 리더십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천은 K-리그 개막 전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그러나 시즌 초 인천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임금체불사태가 이어지더니 김남일-설기현 두 베테랑이 컨디션 난조와 부상에 빠졌다. 팀의 구심점이 흔들리자 팀도 함께 흔들렸다. 계속된 연패로 인천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위기 때 보여주는 것이 스타라 했던가. 두 베테랑의 진가는 위기 속에서 꽃을 피웠다.

24일 대전(2대1 인천 승)과의 단두대매치에서 김남일은 1도움, 설기현은 2골을 올리며 리그 첫승을 만들어냈다. 첫번째 골은 김남일이 주고 설기현이 받는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경기 내내 신인같이 악착같은 모습으로 뛰는 두 베테랑의 모습은 감동적이기 까지 했다. 팀내 최고참의 솔선수범에 어린 선수들도 자신감을 더하기 시작했다.

경기 후 두 베테랑은 마음의 짐을 비로소 덜어냈다. 설기현은 "남일이 형과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준다 해도 바로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남일은 "선배에게 몰리는 부담과 압박은 어쩌면 당연하다. 심리적인 측면이나 경기력 면에서 기현이나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모범을 보이는 그야말로 '형님 리더십'을 실천 중인 것이다.

선참들의 모습에 후배들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천의 주장 정인환은 "나이 어린 주장인데 형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팀내 중심을 만들고자 두 선수를 데려온 허 감독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두 선수의 노력이 팀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며 웃었다.

많이 뛰어야 하는 축구의 특성 상 젊은 선수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좋은 축구를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로만으로는 부족하다. 팀을 보다 완벽하게 해줄 김남일-설기현 베테랑의 경험과 지혜는 올시즌 인천을 지탱하는 힘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