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진짜 박주영'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지난 두 달여 간의 기억이 벵거 감독을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박주영이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은 슈르스버리전(칼링컵 32강), 볼턴전(칼링컵 16강)과 마르세유전까지 3차례다. 이중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볼턴전에서만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을 뿐, 나머지 두 경기서는 선발로 나서 후반 교체아웃 됐다. 2번의 칼링컵 출전에서는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EPL에서의 활약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부진했다. 박주영이 프랑스 리그1에서 세 시즌 간을 보내면서 쌓은 기량을 마르세유전에서 보여주길 기대했으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주영을 판 페르시나 제르비뉴의 대체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결국 박주영은 당분간 EPL 데뷔보다는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판 페르시가 리그에서 절정의 감각을 뽐내고 있고, 제르비뉴도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직후부터 선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제르비뉴가 내년 1월 가봉-적도기니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코트디부아르 대표로 출전해 생기는 공백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박주영보다 아르샤빈이나 안드레 산토스가 메우게 될 것이 유력하다. 판 페르시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EPL에서의 아스널 원톱 자리도 박주영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박주영이 칼링컵이나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민첩성이나 위치선정, 골 결정력을 증명한다면, 벵거 감독의 구상은 달라질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