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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시민의 녹 먹는 광주 단장, 주인을 품어라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09-27 14:53 | 최종수정 2011-09-27 16:25


광주FC는 올시즌 창단된 신생팀이다. 광주 시민이 주인인 시민프로축구단으로 태동했다. 시민의 화합과 첫 프로팀의 자긍심을 뜻하는 'Our Pride 광주FC'를 기치로 내걸었다. 총 세차례 시민주 공모를 통해 14억여원이란 돈도 모였다. 4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만하면 시민이 구단의 주인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느낌이다. 도·시민구단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기 사람 심기가 행해졌다. 축구단 단장 인사는 광주시장 측근들이 공기업 꽃보직을 독차지한 것 중 한 부분이었다. 다른 논란도 일었다. 내부에서 박병모 단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가 행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시민은 축구단 발전을 위해 일단 박 단장을 믿기로 했다.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문제가 너무 일찍 터져버렸다. 올해 초 박 단장이 채용 청탁과 관련해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았다. 지인의 후배인 최씨에게 1월 설 연휴 직전 1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박 단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최씨가 연락을 끊어 돈을 돌려줄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최씨의 진술을 비롯해 박 단장이 여러차례에 걸쳐 받은 돈을 되돌려 주려고 했다는 점, 최씨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진술 등으로 '무혐의'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투서가 날아들면서 검찰은 재수사 지시를 내렸다. 6월 혐의가 인정돼 입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3개월의 재수사 끝에 박 단장의 금품수수 혐의는 지난 26일 불기소 처분됐다.

박 단장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떳떳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두 가지를 잃었다. 첫째, 팬심이다. 박 단장은 '코드 인사'라는 눈총을 받고 있던 터라 투명성이 보장돼야 했다. 그러나 지저분한 문제에 휘말리고 말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란 속담이 어울리는 사건이었다. 박 단장은 돈을 건넨 최씨를 지인과 함께 사석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경찰 수사가 벌이지는 동안 자신을 비방한 세 명의 서포터스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항상 귀를 기울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서포터스를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내쳤다. 한없이 품어도 모자랄 집주인을 내쫓은 격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흐렸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광주는 외부 요인에 흔들렸다. 분개한 서포터스들이 단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걸개를 경기장에 걸 때마다 팀이 부진했다. 안방에서 펼쳐지는 정규리그 경기에서 5승1무2패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광주는 7월 23일 전북전(1대1 무)을 포함해 3무 1패를 기록했다. 선수들보다 단장 퇴진 운동에 초점을 맞춘 응원이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불협화음은 더이상 존재해선 안된다. 내년은 승강제 시스템을 도입하기 직전 해다. 전력이 약한 시민구단들의 강등이 벌써부터 예상되고 있다. 광주가 2013년 K-리그에 잔류하기 위해선 축구단 수장인 단장이 바로 서야 한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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