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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청용 재활치료 현장을 가다, 그는 그라운드를 그렸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9-27 14:27


◇이청용이 '무중력 트레드밀'에서 재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피부가 뽀얀 것 보이죠." 하얀 이를 드러냈다. 고통과 그늘은 없었다. 표정이 환했다.

하지만 새하얀 피부는 부상의 흔적이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다보면 얼굴은 항상 검게 그을려 있다. 빛을 보지 못한 지 2개월이 됐다.

현장에 없지만 그는 그라운드를 그렸다. 더 혹독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26일 이청용(23·볼턴)이 재활치료 중인 서울 도곡동 유나이티드 병원을 찾았다.

7월 31일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오른 정강이 하단 3분의 1지점의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11일 귀국한 그는 14일 입원,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멋쩍은 미소와 함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 마디는 "괜찮아요"였다.

'이청용 전담팀'이 꾸려졌다. 유나이티드 병원장인 국가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의 진두지휘 아래 골절 전문의 김나민 박사, 골절 재활 전문의 손경모 박사와 재활치료사들이 24시간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한덕현 정신과 교수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심리 치료도 실시하고 있다.

공교롭게 그는 이날 목발을 던지고 첫 걸음마를 했다. 보행 훈련에 들어갔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보행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주 내에 목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회복 속도가 일반인보다 두 배 빠르다는 것이 송 박사의 전언이다.


◇국가대표 주치의 송준섭 유나이티드 병원장과 상담 중인 이청용.
일과를 들여다봤다. 정상적일 때보다 더 험난했다. 그의 일과는 오전 9시 시작된다. 약 2시간 동안 상체 근력운동으로 땀을 흘린다. 그동안 몸싸움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 참에 파워를 키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어 '무중력 트레드밀'에서 1시간 가량 걷는다. 하체를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 부담을 최소화하며 운동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특수치료도 병행한다. 산소텐트, 레이저 충격파, 골유압 촉진 치료를 통해 느슨해진 감각을 깨운다.


오후 1시 점심식사 후에는 본격적인 하체 강화 훈련을 실시한다. 입원했을 때 양다리의 허벅지 둘레가 3㎝나 차이가 났다. 현재 2.2㎝로 그 차를 줄였다. 그리고 다시 산소텐트 등 특수치료를 받는다. 마침표는 물리치료다. 근육 피로도를 풀어 잉여 영양분이 골절 부위에만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절차를 거친다.

하루 여정은 오후 5시쯤 끝이 난다. 식단도 특별했다. 매 끼 영양분은 일반인 권장(2500㎈)의 두 배가 넘는 5000~6000㎈의 고단백으로 채워졌다. 재활훈련을 버티기 위해 하루 네 끼가 제공됐다.

지루할 수도 있지만 군말이 없었다. 송 박사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재활프로그램이다. 회복 속도가 빠른 데는 낙천적인 성격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늘 밝고 명랑하게 재활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이청용과 마주 앉았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돌아온 대답이 귓가를 즐겁게 했다. "그라운드에 서 봐야 알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그 정도는 극복해야죠."

볼턴은 이청용이 회복하는데 최소 9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오언 코일 볼턴 감독은 최근 올시즌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의 의지는 달랐다. 올시즌 복귀를 약속했다. "무리하면 안되지만 시즌 후반기에는 그라운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청용의 빈자리는 컸다. 볼턴은 1승5패(승점 3)로 꼴찌인 20위에 랭크돼 있다. 조광래호는 지난달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 돌입했다. "내가 없어도 잘 될거예요." 그러나 경기가 거듭될수록 이청용의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

또 다른 이청용을 기대할만 했다. 발전하고 있었고, 강했다. 부상은 아쉽지만 더 큰 그림을 위한 쉼표였다. 이청용은 10월 볼턴으로 돌아간다. 11월쯤 골절 부위 가골 생성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내년 1~2월쯤 그가 다시 그라운드를 누빌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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