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18일 전남전을 앞두고 볼프스부프크의 애제자 구자철(22)을 향한 안타까움 섞인 응원을 보냈다.
제주에서 함께 합숙생활을 하며 구자철의 축구에 대한 생각, 운동 외의 일상생활을 공유하면서 선수에 대한 애정이 싹텄다. 애정으로 지켜본 구자철은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을 지닌 선수였다. 그리고 사령탑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나도 자철이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독일 감독도 그렇지 않겠나." 말도 통하지 않고 합숙생활도 하지 않는 독일에서 마가트 볼프스부르크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고통을 참고 끝까지 버텨낼 것을 주문했다.
박 감독 역시 올 시즌 구자철을 보낸 후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 직전 감독들 운세에 나랑 황보 관 감독만 유독 안좋았다더라"는 농담을 던지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구자철의 이적 이후 신영록이 쓰러졌고, 박현범과 용병 자일이 잇달아 빠져나갔다.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는 승부조작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 배기종 김영신 강준우 김호준 등 당장 상무 입대를 앞둔 주전들에겐 동기부여도 잘 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사령탑으로서 5라운드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7~8위권에 머물고 있다. "자철이가 조금 더 있다가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 섞인 탄식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박 감독은 이날 6강행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는 전남전에서 의외의 '모험'을 택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주전 골키퍼 김호준 대신 전태현을 내보냈다. 삥요도 처음으로 정규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축구라는 것이 모험도 해보는 것이고 이런 기회에 남몰래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