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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선수들, 친정팀전 임하는 계급별 자세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15:15


21일 전역을 앞둔 김정우(왼쪽)가 지난 5월 FC서울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상주 상무 선수들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인사하기에 바쁘다. 길게는 1~2년 전, 짧게는 몇개월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원소속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 때문이다. 특히 원소속팀과 원정경기를 치르게 되면 구단 관계자들까지 찾아가 인사를 하느라 더 바쁘다. 상대팀 감독들도 이들이 반갑기는 마찬가지. 특히 신태용 성남 감독은 몸의 대화로 안부를 묻는다. 지난 시즌까지 성남에서 뛰었던 김철호(28)를 만나자마자 엉덩이를 툭 차며 "잘 지내냐?"고 묻는 것이 인사였다. 성남 출신으로 올시즌 수원으로 이적, 다시 지난 8월 상무에 입대한 골키퍼 이상기(24)를 마주하자 대뜸 등을 세게 때렸다. "머리 더 깎아." 논산훈련소에서 막 퇴소해 팀에 합류한지 4일만이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특히나 짧은 머리카락을 보며 농담삼아 던진 말에 이상기는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알겠습니다"를 외쳤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은 각기 다르다. 계급별로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이란다. 이병과 일병들은 대부분 원소속팀과 첫 대결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몇개월만의 옛 동료들과의 상대팀으로 만난다는 설렘도 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모 일병(당시 이병)은 지난 봄 "친정팀과 만날 생각을 하니 떨린다. 그래도 열심히 뛸 것이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팀에서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득점하게 되면 친정팀에 미안하지 않겠나'라는 질문도 "다 이해해줄 것"이라면서도 "미워하려나?"라고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우연일까. 다행히도(?) 이 선수는 이날 득점에 성공했고 친정팀은 승리를 거뒀다.

군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상병쯤 되면 무덤덤해진다. "이미 지난 시즌 몇 차례 대결해봐서 별 느낌 안든다." 어느팀이 승리했으면 좋겠냐는 말에도 "당연히 현 소속팀이 중요하다"며 소속감을 드러냈다. 경기전 옛 동료들을 만나 '빨리 군대와'라고 꼬드기는 것도 대부분 상병이다.

병장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전역이 몇 개월 남은 병장과 제대를 코앞에 둔 말년 병장이다. 상병때 보이던 여유로움은 찾아 보기 힘들다. 지난 6월 전역을 100일여 앞둔 모 병장은 "원소속팀 경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내가 군대에 와서 이만큼 더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년 병장은 만감이 교차한다. 장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 속이 복잡하다. 잘해도 못해도 난감하기 때문에 출전하기가 껄끄럽다. 반면 소속팀 복귀가 불발된 말년 병장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출전의지를 불태운다. 17일 울산과 상주의 K-리그 25라운드 경기는 21일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들에게는 상무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경기였다. 울산 출신으로 복귀가 확정된 김영삼(29)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 복귀가 무산된 오창식(27)은 김태완 감독대행에게 "마지막 경기에 나서 내 경기력을 한 번 더 보여주고 싶다"며 출전을 자원했다.

그렇다면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은 옛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심정은 어떨까. 신태용 감독은 "(김)정우가 올시즌 많이 발전했다. 상대가 친정이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짜 프로다"라며 오히려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21일 전역해 성남으로 복귀하는 김정우(29)는 올시즌 성남과 두 차례 대결에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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