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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했던 1998의 기억'하석주X차범근 감독, 20년만에 만났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11:26



'20년의 상처, 20년만의 만남.'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함께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 20년만의 사제 만남이 성사됐다.

차 감독과 하 감독은 2일 밤, SBS '블랙하우스' 녹화 스튜디오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전남 영광에서 1-2학년 대학축구연맹전(2~17일)을 치르고 있는 하 감독은 차 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너무 죄송해서 20년을 피해다녔는데 만나 뵈면 무슨 말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20년 전 월드컵의 기억은 선수와 감독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전반 28분 하석주의 짜릿한 프리킥 선제골, 3분 뒤인 전반 31분 하석주의 백태클 퇴장은 뼈아팠다. 하석주가 뛰지 않은 2차전에서 강호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하며 차범근 감독이 중도하차했다. 최종 3차전 벨기에전, 하석주의 필사적인 크로스에 이은 유상철의 동점골로 1대1로 비겼다.

왼발의 달인은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로 인해 감독님이 경질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대인기피증이 올 만큼 깊은 내상을 입었다. 20년간 축구계 안팎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았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석주의 왼발을 누구보다 인정해줬던 차 감독을 향한 마음의 빚은 컸다.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하 감독은 차 감독을 향해 차마 직접 말하지 못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었다. "차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큰 용기가 됐다. '하석주 왼발은 끝내줘. 역대 최고야, 임팩트가 좋고 간결해. 석주처럼 스피드와 지구력을 타고난 선수는 많지 않아.' 감독님의 칭찬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월드컵 현장에서 한순간에 '죄인'이 됐다. "1998년 그날 이후 감독님을 차마 뵐 수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사의 한 획을 그은 분인데… 그 일 이후 죄송해서 숨어 다닌다. 내겐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팬들의 비난은 감수했는데, 감독님이 하차하신 것은… 너무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지금도 상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꼭 전해달라."

20년이 지나서야 애써 외면했던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러시아월드컵 기간, 하 감독이 후배들의 시련을 가슴 아파하면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털어놨다. 방송사측이 적극 섭외에 나서면서 20년만의 감동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함께 촬영에 나선 '팀1998' 최용수 감독은 "형님, 정말 20년 동안 감독님을 못 보신 게 사실이냐"며 혀를 내둘렀다. 차 감독은 "그동안 연락도 안하고…"라며 하 감독을 따뜻하게 안아줬다는 후문이다. '상남자' 하 감독은 "평소 정말 잘 울지 않는 성격인데, 감독님을 봬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만남후기를 전했다.

차범근 감독과 하석주 감독, 20년만의 만남은 5일 밤 11시 방송을 통해 축구 팬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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