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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상처, 20년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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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달인은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로 인해 감독님이 경질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대인기피증이 올 만큼 깊은 내상을 입었다. 20년간 축구계 안팎에서 마주칠 기회가 많았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 현장에서 한순간에 '죄인'이 됐다. "1998년 그날 이후 감독님을 차마 뵐 수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사의 한 획을 그은 분인데… 그 일 이후 죄송해서 숨어 다닌다. 내겐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팬들의 비난은 감수했는데, 감독님이 하차하신 것은… 너무 큰 죄를 지은 것 같아서… 지금도 상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꼭 전해달라."
20년이 지나서야 애써 외면했던 상처를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러시아월드컵 기간, 하 감독이 후배들의 시련을 가슴 아파하면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털어놨다. 방송사측이 적극 섭외에 나서면서 20년만의 감동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함께 촬영에 나선 '팀1998' 최용수 감독은 "형님, 정말 20년 동안 감독님을 못 보신 게 사실이냐"며 혀를 내둘렀다. 차 감독은 "그동안 연락도 안하고…"라며 하 감독을 따뜻하게 안아줬다는 후문이다. '상남자' 하 감독은 "평소 정말 잘 울지 않는 성격인데, 감독님을 봬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만남후기를 전했다.
차범근 감독과 하석주 감독, 20년만의 만남은 5일 밤 11시 방송을 통해 축구 팬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