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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세계축구 호령하던 스페인, 브라질에서 몰락 이유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6:11


이니에스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BBNews = News1

마르카 등 스페인 언론들은 일제히 19일자 신문 1면에 'THE END(끝)'라고 썼다. 고개를 푹 숙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뒷모습이 찍혀있었다.

끝. 말그대로였다. 디펜딩챔피언 스페인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스페인은 19일 새벽(한국시각)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B조 2차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하며 0대2으로 졌다. 1차전 네덜란드에게 1대5로 대패한 스페인은 2연패를 당하며 남은 호주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티키타카의 몰락이었다. 스페인을 무너뜨린 네덜란드와 칠레는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1980~1990년대 유행했던 스위퍼 시스템의 스리백이 아니었다. 일자로 선 스리백은 중앙을 점령했다. 가운데 있는 센터백은 적극적인 포어체킹을 하면서 스페인을 압박했다. 윙백들의 역활도 빛났다. 윙백들은 수비에 가담, 순간적으로 파이브백을 형성했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까지 합세해 강력한 하나의 블록을 형성하는 모양세다. 짧은 패스로 공간을 썰어나가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았다. 티키타카의 중심인 사비 헤르난데스와 이니에스타는 노쇠화가 뚜렷했다. 스피드가 떨어졌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칠레의 블록에 갇히고 말았다. 의미없는 짧은 패스들만 남발할 뿐이었다.

공격이 안되니 수비도 흔들렸다. 수비 뒷공간이 문제였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볼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과 허리, 수비 3선의 폭을 좁힌다. 수비 라인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와 칠레는 '스피드레이서'들을 앞세워 이 뒷공간을 노렸다. 네덜란드는 아르연 로번, 칠레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그 역할을 맡았다. 로번은 스페인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 산체스는 칠레의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주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부진까지 맞물렸다. 카시야스는 2010년 남아공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 7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다 무실점 기록은 피터 실튼(잉글랜드)과 파비앙 바르테스(프랑스)이 보유하고 있던 10경기였다. 기록 경신을 노렸다. 최장 시간 연속 무실점 기록에도 도전했다. 카시야스는 칠레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실점 이후 결승전 포함, 4경기에서 433분간 단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월터 젱가(이탈리아)가 가지고 있는 517분에 84분차로 다가섰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카시야스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7실점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스페인의 탈락으로 월드컵에서 내려오고 있는 디펜딩챔피언의 저주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디펜딩챔피언이었던 이탈리아가 탈락하며 이 저주가 시작됐다. 이어 1962년 칠레월드컵 우승국 브라질이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디펜딩챔피언의 부진은 2002년 한-일 대회부터 다시 이어졌다. 디펜딩챔피언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도 못넣고 3실점하며 1무2패로 탈락했다.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는 4년 전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탈리아가 탈락했다. 이탈리아는 1승도 못 거두고 짐을 챙겼다. 결국 디펜딩챔피언의 저주는 스페인으로 이어졌다.

한편, 스페인을 누른 네덜란드와 칠레는 2연승을 달리며 32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했다. 양 팀은 24일 새벽 1시 상파울루에서 격돌한다. A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을 피하기 위하려면 이겨야만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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