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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 정성일(44)이 천의 얼굴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전,란'에서 조선땅을 침략한 섬뜩한 일본군 선봉장으로 등장부터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정성일의 파격 변신이 눈길을 끈다. 정성일이 연기한 겐신은 무자비하게 조선의 백성들을 공격하던 중 천영(강동원)이 속해 있는 의병들과 마주하고 그의 뛰어난 검술 실력을 알아보는 인물이다. 몰입도 높인 완벽한 일본어 대사부터 일본 전통 검술 액션까지 소화한 정성일은 전작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젠틀한 개XX' 하도영을 뛰어넘는 열연으로 인생캐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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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연기에 애를 먹었다는 정성일은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제일 처음 준비한 게 일본어였다. 제작 팀에서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때 일어를 가르쳐준 교수님을 섭외해 줬고 대본만 외우기엔 뉘앙스를 모르니 그 선생님과 함께 처음 몇 개월은 히라가나부터 배웠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알아야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초등학생처럼 히라가나부터 배우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웠다. 생갭다 발음도 어렵더라"며 "현대어를 배운 뒤 고어를 배워야 했는데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며 6개월을 보냈다. 정말 일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준비를 많이 했다. 다행인건 '전,란'이 공개된 이후 일본 친구들이나 일본어를 잘하는 분이 내 연기를 보며 '일본 사람 같다'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이야기를 해주니까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연기 잘했어'라는 말보다 '일본어 잘했어'라는 칭찬이 더 듣기 좋더라. 넷플릭스는 전 세계가 보는 OTT이지 않나? 당연히 일본 관객도 '전,란'을 보는데, 일본 관객이 겐신을 봤을 때 '왜 저래?'라는 반응이 나오면 극 자체를 깨게 된다. 일본 사람이 봐도 '일본인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보이길 바랐다.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본 친구들이 '더빙한 줄 알았다' '정말 네가 한 것이냐?' 물어봤을 때 정말 행복했다"고 웃었다.
화려한 검술 액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성일은 "데뷔 초 '쌍화점'(08, 유하 감독)이라는 작품을 해서 액션은 자신이 있었다. '쌍화점' 당시 정말 긴 시간 훈련을 많이 했다. 재미있지만 혹독할 만큼 긴 시간 검술을 연습했다. 말을 타는 것도 2주 만에 훈련받아 말을 타면서 두 손 놓고 활을 쏠 정도였다. 그대는 엉덩이가 다 까져서 기저귀를 차고 훈련하기도 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연습했는데 확실히 그렇게 연습하니 금방 늘긴 하더라. 확실히 몸으로 체득한 것은 쉽게 안 잊혀진다. 이번 '전,란'에서도 말을 타고 액션을 했는데 또 될까 싶었지만 되더라. 그때 배운 게 너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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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을 통해 강동원과 친해졌다는 정성일은 "처음 동원이를 봤을 때 그야말로 '연예인이다' 싶었다. 뭔가 너무 먼 상대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걱정을 하긴 했다. 내가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기도 했고 동원이도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서로 옆에 앉아 있는데 앞만 보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연기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지는 것도 있었다. 어렵게 말을 붙이면 쉽게 말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서로 골프를 좋아하는 공통 관심사도 있어 사적으로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액션 합을 맞출 때도 동원이가 너무 잘해 서로 빨리 합을 맞출 수 있었다. 인간적으로 잘 맞더라. 너무 좋은 친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민에 대해서는 "신 자체가 마주치는 신이 많이 없어 주로 후반부에 만났다. 박정민과는 야구팀 한화로 마음이 맞았다. 박정민은 정말 자유롭다. 선을 긋지 않고 편하게 대한다. 액션 신을 연기할 때 박정민 힘이 정말 좋았다. 박정민이 미안해 하면서 또 때리는데 아픈 것 보다 그 엄청난 굉음에 놀랐다. 촬영 끝나고 우리끼리 한 말인데 현실세계에서는 박정민이 제일 세다고 했다. 눈이 돌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누굴 다치게 하고 내 연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력이 대단했다. 동원이도 정민이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모니터를 계속 보게 만드는 배우인 것 같다. 외형적인 것 뿐만 아니라 배우가 배우를 봐도 계속 끌어당기는 힘이 큰 친구들인 것 같다. 더 오래 호흡을 못 맞춰 아쉽다.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성일은 "'전,란'에서 해볼 것은 다 해본 것 같다. 15kg 넘는 갑옷과 투구도 써보고 한복도 입어보고 더이상 할게 있을까 싶다. 사극에 나올 법한 것은 '전,란'으로 다 해본 것 같다. 사극이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는 더 더운데 거기에서 오는 고충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전,란'으로 원 없이 해본 사극이었다"며 "나는 코미디를 좋아하고 평소에도 트레이닝 복을 입고 다니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슈트 입는 모습을 기억하는 것 같다. 앞으로 코미디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내가 공연을 하면서 해왔던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범위를 넓혀 연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전,란'은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그리고 차승원이 출연했고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