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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류성희 미술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영화 '살인의 추억'을 작업하면서 느낀 점을 털어놨다.
류 미술감독은 "제가 운이 좋았다. 류승완, 봉준호, 박찬호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더 빨리 영화 산업에서 튕겨져 나갔을 것"이라며 "제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여성 미술감독님 한 분 계셨고, 대다수가 남자 미술감독님이었다. 한국에 아는 사람 없어서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유명한 영화사를 다 찾아다녔다. 당시 제작사에서 멜로나 로맨스 작품이 제작된다면 저한테 한 번은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창조적인 장르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었고, 이러한 선입견을 깨부수고 싶었다. 그 이후에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등 새로운 감독님들이 오시면서 저에게 기회를 열어주셨고,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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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함께한 박찬욱 감독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류 미술감독은 "저처럼 어릴 때부터 가져온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추함이란 무엇인지, 또 그곳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뚜렷한 정의를 내리려고 하시지 않더라"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오히려 관객들에게 모호하게 질문을 던지시는 그의 세계관이 저와 너무 잘 맞았다.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여전히 즐기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은 올해 새롭게 제정한 까멜리아상 첫 수상자로 류성희 미술감독을 선정했다. 까멜리아상은 다양한 영화 작업들 속에서 여성의 지위를 드높인 저명한 영화 제작자 및 업계 종사자 등에게 수여된다. 부산의 시화이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가장 좋아했던 꽃인 동백꽃의 의미를 담아 까멜리아상으로 제정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