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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수도원 밖 세상으로 나와 지리산에 깃든 두 자매의 사연은?
리베는 책임감 강한 장녀였다. 4남매의 맏이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넉넉지 못한 집안 살림에 힘을 보탰다. 어린 나이에도 가족을 돌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돕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하곤 했다. 그 답을 찾아 스물아홉, 리베는 봉쇄 관상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세상과 떨어져 자급자족하며 오직 기도하는 삶. '딸이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어머니는 참 많이 우셨다. 누구보다 의지하던 큰딸이었다. 수녀가 된 언니가 남기고 간 책들을 보며, 유독 언니와 같했던 동생 에녹은 유치원 선생님을 하면서도 언니와 함께 수도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10년 뒤, 언니처럼 에녹은 수녀가 됐고 성당 유치원 원장 수녀의 소임을 오랫동안 맡았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할수록, 오롯이 기도하며 살고자 했던 삶과 거리가 생겨났고 회의감이 몰려왔다.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봉쇄 수도원에 있는 언니를 찾아갔다. 그런 동생을 보며 가슴 아파하던 언니 리베는 수도원 안이든 밖이든 수도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그 마음으로 7년 전 리베와 에녹은 함께 수녀복을 벗었다.
수도원에서 나올 때쯤, 동생 에녹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걸 알았다. 수술까지 한 에녹이 치유할 수 있는 곳, 수녀복은 벗었지만, 구도의 길을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십 년을 수녀로 살았는데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영끌한다'는 대출로 지리산 산청에 한 스님이 살던 집을 어렵사리 구했다. 그 후에도 자매가 마주한 현실의 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언니 리베는 벌꿀을 따러 다니고, 곶감을 만들고 전문 청소일까지 배우러 다녔고, 에녹은 수술한 몸으로 1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수제 비누도 만들어 팔아봤다. 어떤 일을 해야 구도자로 살며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편 '리베와 에녹' 편은 12일부터 16일까지 방송된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