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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려원아, 잘했어 enough!"..'인생작' 만난 정려원, 불안 벗고 '졸업' (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4-07-11 08:49


[SC인터뷰] "려원아, 잘했어 enough!"..'인생작' 만난 정려원…
사진제공=블리츠웨이스튜디오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려원(43)에게 만족이란 '졸업'을 안겨준 작품이다.

tvN 토일드라마 '졸업'(박경화 극본, 안판석 연출)은 대치동 학원가를 무대로 시험 스킬에만 매몰된 입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한편 서혜진(정려원)과 이준호(위하준)의 사랑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키는 진정한 어른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특히 최종회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성장을 이루며 여운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종회는 수도권 평균 7.4% 최고 8.1%, 전국 평균 6.6% 최고 7.3%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정려원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졸업'과의 운명같던 첫 만남을 돌아봤다. 이미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졸업'을 인생작으로 꼽았던 정려원은 "운명처럼 저에게 다가온 작품이라 인생작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사실은 제가 작년 3월 일기장에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과 작가님들을 몇 분 써놨는데, 안판석 감독님의 성함을 썼다. 제가 3월 13일에 그 일기를 썼는데, 5월 12일에 매니저 친구가 대본을 가져왔다. '9월에 들어간다. 멜로다. 안판석 감독님이다'이래서 '좋아. 한다 그래!'바로 얘기했다. 운명같이 만난 느낌이었다.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하면, 또 내가 준비가 되어있으면 오기는 오는구나 싶어서 진짜 잘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기도 전에 이미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SC인터뷰] "려원아, 잘했어 enough!"..'인생작' 만난 정려원…
사진제공=블리츠웨이스튜디오
그렇게 궁금해서 만난 안판석 감독은 만나고 나니 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것. 정려원은 "만나기 전의 안판석 감독님은 프랑스 영화 같은 느낌이었다"라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대답을 내놓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정려원은 "안 감독님은 정답을 말해주시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제가 A를 하고나서 '그 다음엔 B를 원하세요, C를 원하세요?'라고 하면 'C, 알파벳의 어원은 말이지'하면서 방대하게 말씀해주시기 시작한다. 저는 '캐릭터가 이런 건 어때요'하면, '배우들은 말이죠'하시면서 제가 어디서부터, 배우에 대한 것도 이해하지 않고 감히 이 질문을 했나 싶기도 했다. 처음엔 그게 저도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쌓이니, 감독님이 제 연기에 대해 크게 말씀하시지 않으면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의 정려원은 자신에게 만족하기보다는 확인받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그는 "예전에는 저도 배우다 보니, 감독님의 오케이 컷을 받고 싶어하고, 감독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안 감독님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작품이 끝나고 '충분했어. 훌륭해. 고생했어'라고 한 작품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작이라고 말했다. 늘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만족하게 됐고, 제 스스로도 이게 충분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나의 인생작이구나. 운명처럼 왔는데 나의 불안을 졸업시켜주기도 했으니, 촬영이 끝난 마지막 날 내 인생작이 되겠다 싶었다. 내 인생작에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썼다"고 말했다.


[SC인터뷰] "려원아, 잘했어 enough!"..'인생작' 만난 정려원…
사진제공=블리츠웨이스튜디오
일타강사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서혜진의 모습도 정려원에겐 울림을 줬다. 그는 "서혜진은 일은 유능하게 하지만 사랑에서는 미완성인 부분이 있었다. 속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저 같은 경우는 서혜진은 케이스가 다르지만, 이것도 비슷하다. 자기 일을 잘 해내고는 있는데 자기 자신을 막상 응원하지는 않는 게 있었다. 근데 이번에는 응원하는 법을 정말 배우게 됐다. 나 자신을 응원할 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졸업'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을 안겨준 작품. 정려원은 20대, 그리고 40대에 한 차례씩 인생의 명장면을 맛봤다고. 그는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처음으로 초대받은 날, 신인여우상 후보가 됐고 처음 도전이었는데 너무 떨려서 화장실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손이 떨리고 어쩔 줄 모르고 거울을 봤는데, '괜찮아. 너 말고 아무도 몰라' 하면서 거울을 5분간 쳐다보고 호흡을 내리면서 있다가 나갔다. 그래서 그 자리에 좀 맑은 정신으로 있을 수 있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떨렸다. '살을 받으면 어쩌지?' 생각도 했었다. '상받는 것 아니야?'했다가 '나 안되는데!'했다가. 그렇게 상을 받았는데 화장실에서 저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간 기억이 나더라. '너 말고 아무도 몰라. 너 떠는 것 아무도 몰라' 했던 거울 앞이 기억이 난다"고 ?다.

또 '졸업'의 마지막도 자신의 명장면이다. 정려원은 "처음에는 20대 때 제 자신을 다독인 것이라면, 40대가 되어 '졸입'을 찍고, 혜진이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너 잘했어. 충분했다. 고생했어'라고 해줬는데, 제 자신에게 '충분했어'라고 못했었다. 늘 '시간이 더 있었다면!'이라고 했지. '이너프!(enough)'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혜진이로는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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