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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정려원(43)에게 만족이란 '졸업'을 안겨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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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정려원은 자신에게 만족하기보다는 확인받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고. 그는 "예전에는 저도 배우다 보니, 감독님의 오케이 컷을 받고 싶어하고, 감독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안 감독님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 처음으로 작품이 끝나고 '충분했어. 훌륭해. 고생했어'라고 한 작품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작이라고 말했다. 늘 불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만족하게 됐고, 제 스스로도 이게 충분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나의 인생작이구나. 운명처럼 왔는데 나의 불안을 졸업시켜주기도 했으니, 촬영이 끝난 마지막 날 내 인생작이 되겠다 싶었다. 내 인생작에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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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을 안겨준 작품. 정려원은 20대, 그리고 40대에 한 차례씩 인생의 명장면을 맛봤다고. 그는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처음으로 초대받은 날, 신인여우상 후보가 됐고 처음 도전이었는데 너무 떨려서 화장실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손이 떨리고 어쩔 줄 모르고 거울을 봤는데, '괜찮아. 너 말고 아무도 몰라' 하면서 거울을 5분간 쳐다보고 호흡을 내리면서 있다가 나갔다. 그래서 그 자리에 좀 맑은 정신으로 있을 수 있던 것 같다. 그때가 가장 떨렸다. '살을 받으면 어쩌지?' 생각도 했었다. '상받는 것 아니야?'했다가 '나 안되는데!'했다가. 그렇게 상을 받았는데 화장실에서 저 혼자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간 기억이 나더라. '너 말고 아무도 몰라. 너 떠는 것 아무도 몰라' 했던 거울 앞이 기억이 난다"고 ?다.
또 '졸업'의 마지막도 자신의 명장면이다. 정려원은 "처음에는 20대 때 제 자신을 다독인 것이라면, 40대가 되어 '졸입'을 찍고, 혜진이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라고 했을 때, '너 잘했어. 충분했다. 고생했어'라고 해줬는데, 제 자신에게 '충분했어'라고 못했었다. 늘 '시간이 더 있었다면!'이라고 했지. '이너프!(enough)'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혜진이로는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