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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인간 심리 분석쇼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이하 한끗차이)'가 열등감 때문에 처자식을 살해하고 '다중인격'을 주장한 '살인마 남편'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쳤다. 또, '아줌마'라는 무시에도 꿋꿋한 자존감으로 가족과 타인을 지킨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 씨의 사연을 조명했다.
체포된 후 남편은 "저는 8년 전에 기억을 잃었다. 8년 만에 기억을 찾았는데 그동안 아내와 자식들이 날 ATM 기계 취급했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내 안에 3개의 인격이 있다. 그 중에 나쁜 인격이 자꾸 나쁜 일을 하게 시킨다"라는 믿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다중인격'이 실제로 있냐는 질문에 박지선 교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정식 진단명이 있다. 남편이 진짜 다중인격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심신미약 상태로 감형 사유가 될 수 있기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남편은 여러 차례의 면밀한 검사 결과 다중인격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박지선 교수는 "남편의 '다중인격'이라는 표현이 주장하는 바는 '나는 원래 착한 사람인데 피해자들 때문에 나의 악한 면이 튀어 나왔다'라는 내용이다. 결국 피해자 탓을 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남편의 심리에 대해서는 "무시당하는 것에 예민하고 취약한 편"이라며,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사고의 기저에는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도 나를 무시할 거라는 염려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김성자 씨는 전화가 걸려온 번호로 무작정 계속 전화를 걸어 온갖 욕을 퍼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보이스피싱범 쪽에서 다시 김성자 씨에게 "제발 좀 구해달라. 이런 일인지 정말 몰랐다"라며 절박한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아달라며 그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이에 김성자 씨는 '범죄 신고 보상금 최대 1억 원'이라고 쓰여 있던 경찰 홍보물을 떠올렸다. 결국 피싱범과 공조한 김성자 씨는 총책의 신원, 제보자가 직접 쓴 자필 진술서, 실제 피해자 명단, 범행 근거지에 관한 정보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성자 씨의 말을 무시하며,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제보자로부터 총책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결정적인 연락이 왔다. 출발지, 날짜, 시간, 항공편과 좌석까지 알아낸 김성자 씨는 총책의 집 앞에서 30시간 동안 혼자 잠복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경찰은 김성자 씨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공항에서 입국하는 총책을 검거했다. 이렇게 범죄자 검거에 큰 기여를 했지만, 경찰은 보상금은 물론 김성자 씨의 공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성자 씨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백만 원의 보상금을 제안하는 황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끗차이'에서는 영화 '시민덕희'에서도 나오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혼자서, 그것도 7번이나 구치소로 면회를 갔다는 김성자 씨에게 총책이 "나는 이 일과 아무 상관없다. 다 아줌마랑 통화한 그놈이 한 짓이라고 증언해달라. 원하는 대로 돈 다 드리겠다"라며 협상을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김성자 씨는 "나 때문에 그놈의 형량이 깎이는 걸 견딜 수가 없었고, 내가 아이들 엄만데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협상을 무시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박지선 교수는 김성자 씨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를 당했지만 흔들리지 않은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분"이라고 표현했다. 또, "과거에는 자존감을 높고 낮음으로 표현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 얼마나 안정적인가 하는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의 결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안정적인 자존감을 가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주에는 무책임이 불러온 회피 '음주운전 살인마'와 총격 사건 이후 인생이 뒤바뀐 '2천억 그림 천재', 두 사람의 결정적인 '한 끗 차이'에 대해 살펴본다. 인간 심리 분석쇼 '한끗차이'는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40분 방송된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