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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졸업' 정려원을 잡으려는 대치체이스의 발걸음 사이, 정려원과 위하준의 마음도 싹텄다.
이날 이준호는 거센 심경의 변화를 맞았다. '첫 제자' 이시우(차강윤)를 보며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어 주고 싶다고 생각한 이준호는 서혜진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서혜진이 자신의 부탁 때문에 대치체이스에 남는다면, 이준호 때문에 발목을 붙잡히게 되는 셈이었다. 서혜진이 자신에게 광고 자리를 내어주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뒤로는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제자'가 아닌 '동료'가 된 만큼, 자신 때문에 배려와 희생을 하는 서혜진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던 이준호. 그는 "죄송해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선생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며 당부했다.
뜻밖에도 이 말은 서혜진에게 서운함을 안겼다. 그는 "난 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좋았나봐. 그래서 네가 가라고 한 순간 덜컥 서운, 했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혜진의 말은 이미 그를 향한 감정을 자각하고 있는 이준호에게 너무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그때부터 이준호의 마음은 "선생님이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해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서혜진은 체이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에도 그동안 계속해서 강의 계약을 해왔고, 서운함이 폭발했던 것. 특히 체이스를 떠난 이후에는 1년간 다른 학원에 취업도, 창업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꾸준히 들어갔던 바.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인을 해왔던 바다.
그러는 와중에도 희원고 학생들은 줄줄이 대치체이스로 옮겨왔다. 서혜진은 홀로 희원고 학생들을 받아내는 이준호를 도와주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미안함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 서혜진은 "애들 가르쳐보면 유독 예쁜 애가 생겨. 난 네가 제일 예뻤어. 나는 너한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야. 넌 네 목표에만 집중해.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게"라며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이준호의 마음은 그 방향이 아니었다. 이준호는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필사적으로 참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거 다 쏟아내면 선생님이 나한테 질릴까 봐. 그러니까 갈 수 있을 때 그냥 가세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목적어 없이 에두른 문장, 간접적인 표현들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크기는 더없이 선명했다. "행간 다 읽었죠?"라며 확인까지 하려는 그에게 서혜진은 '소문이 제일 무서운 동네'라는 말만 남기고 뒤돌아섰다.
그날 밤, 희원고 개강을 축하하며 대치체이스 강사들은 함께 회식에 나섰다. 서혜진은 술에 취한 김현탁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를 걱정한 이준호 역시 재빨리 따라나섰다. 서혜진을 만난 김현탁은 사과 타령을 하면서 기어코 무릎까지 꿇었다. "제발 나를, 우리 학원을 버리지 말아줘"라면서 부르짖는 김현탁을 보다 못한 이준호가 그를 일으키다가 개울가에 빠지고 말았다. 겨우 김현탁을 집으로 보낸 두 사람은 다시 학원으로 향했다. 물에 잔뜩 젖어 추위로 떠는 이준호를 보며 서혜진은 이 모든 해프닝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변수 없던 삶에 매일매일 찾아오는 사건, 사고들이 새삼스레 실감됐다.
이준호는 그런 서혜진에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계획을 묻는 게 아니라 마음을 묻는 건데요"라며 감정을 끌어내려는 한편 "할 말은 해야겠어요. 난 선생님이 필요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말씀하세요. 한 번 더 필사적으로 참아볼게요"라며 마지막 선택지를 건넸다. 서혜진은 망설임 끝에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고 답했고, 이는 이준호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인내심을 끊었다. 이준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어요. 이준호 첫사랑이 서혜진인 거. 그리고 첫사랑 같은 걸로 대충 묻어둘 수가 없게 됐어요. 점점 더 좋아서 비집고 나온다구요. 내 마음이"라며 마지막까지 감춰두었던 마음의 행간을 드러냈다. 서혜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이준호는 이내 천천히 입을 맞췄다. 서혜진 역시 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둘뿐인 공간에서 첫 입맞춤을 나누는 엔딩은 동료의 선을 넘어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음을 알리며 설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