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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온 강유가람 감독은 ‘럭키, 아파트’에 거주하는 퀴어 커플을 통해 혐오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로 선정돼서 상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기쁘다. 또, 저희가 저예산이다 보니까 전주에서 투자를 받은 게 정말 가뭄의 단비같았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전주에서 시작해서 마무리했다는 느낌이라 여기서 상영하게 된 게 뜻깊었다.
”이번 작품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주로 활약해 온 강유가람 감독의 첫번째 장편 극영화다. 감독은 “원래 극 영화를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이 그 세계에 녹아들기 위해 출연진 분들과 신뢰를 형성하고 작업하는 과정이 긴데, 이런 방식과 다른 결의 작업들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2014년쯤 ‘진주머리방’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었는데 인디스토리 측에서 그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배급해 주셨고, 제 다큐멘터리도 계속 봐 주시다 장편에 도전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 주셔서 기쁘게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고 언급했다.
‘럭키, 아파트’는 강유가람 감독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의 아랫집 이웃이 세상을 떠났던 일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저의 공포와도 맞닿아 있다. 혼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을 법한 일반적인 정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혼자 죽으면 어떡하지, 그 뒤에 나의 마무리를 누가 해줄 수 있지에 대한 고민을 생각했고 한 사람이 삶을 마감했을 때 그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애도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성소수자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영화의 중심적인 내용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은 퀴어 커플 ‘선우’와 ‘희서’다. 퀴어 커플을 통해 영화 속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 계기에 대해 강유가람 감독은 “이 집에 사는 사람이 꼭 퀴어일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지만 저는 꼭 퀴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냄새라는 건 혐오라는 감정이랑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퀴어 커플이 잘 표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퀴어 커플에 대한 혐오와 냄새에 대한 혐오, 이런 것들을 잘 접목시키면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선우’와 ‘희서’는 불과 물이 생각할 만큼 캐릭터성이 대비되는 인물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희서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욕망도 있고, 선우와의 안정적인 삶에 대한 욕망도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캐릭터로 만들었고, 선우는 실패를 겪었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피드백 과정에서 둘이 시나리오 상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두 배우분이 연기를 통해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고 만족을 표했다.
‘럭키, 아파트’의 주연을 맡은 손수현, 박가영의 캐스팅 일화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선우는 처음부터 희서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준수한 외모의 캐릭터로 설정했다. 배우들이 희서는 왜 선우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 ‘잘생겼잖아요.
’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처음에는 수현 배우가 선우의 보이시한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까 잘 어울렸다. 희서 같은 경우에는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일하는 여성의 이미지에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영 배우가 그런 모습을 잘 표현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강유가람 감독은 “두 배우분들 모두 시나리오를 정말 꼼꼼하게 읽어서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보시고,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셔서 대화를 많이 했다. 현장에서도 아이디어를 되게 많이 내주셨다.
”며 작업 과정을 밝히고 손수현, 박가영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사에 대한 디테일이 두 분 다 있으셨고, 수현 배우 같은 경우는 인물의 감정에 확 들어갔을 때 자신의 해석이 있어서 그걸 같이 소통하는 과정들이 많았다. 가영 배우도 감정적인 부분을 끌어내시는 게 좋아서 두 분이 싸우는 장면을 찍을 때 같이 울컥하셔서 힘들어하시니까 테이크를 너무 많이 안 갈 수 있게 제가 중간에서 조절을 했다.
”당장 포털 사이트에 ‘럭키 아파트’를 검색하면 실제 지명이 먼저 떠오르는 만큼 영화의 제목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막상 극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이질적인 감각이 든다.
“실제 브랜드 네임이기도 해서 조심스러웠고,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잔잔하고 무거운 톤을 가져가는 영화를 제목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을 좀 주고 싶어서 처음에 설정한 제목을 그대로 쓰게 됐다. 극 중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인공들이 행운을 가져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왔지만, 큰 고난을 겪는 공간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러니를 주고 싶었다.
”‘럭키, 아파트’에는 주인공 커플 외에도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우리가 한국사회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논제를 다룬다. 따라서 영화가 번잡해지기 않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선우와 희서 이외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다른 인물들의 서사도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했던 건 선우와 희서라는 커플이 이 공간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고찰이라 다른 부분들은 은은하게 드러날 수 있게 하고, 두 주인공 중에서도 선우가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분을 쭉 끌고 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후반부는 두 사람이 가진 차이와 부족했던 부분들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를 간결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잘려나간 조연들의 서사는 감독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편집 감독님과 같이 작업할 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많은 인물을 향해 가지를 뻗으면 영화의 큰 줄기 역할을 하는 인물을 따라가기 어려우니까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고, 러닝 타임 문제도 있다고 생각했다. 개별적인 인물들의 디테일이 좀 더 살아났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괜찮았다.
”영화 속 주 무대가 되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도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다. 이에 대해 강유가람 감독은 “아파트라는 공간이 기본적인 공공의 예절들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다른 공간보다 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며 말문을 열었다. “가격대가 있는 고급 아파트에서는 이불을 베란다에 널면 아파트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이유로 금지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사연들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민성이 통제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깝게 거주하다보니 층간 소음, 냄새도 취약한 공간이고 서로의 사이에 긴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가격이 비싸고, 자산 증식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또, 이번 영화는 노년에 접어든 퀴어에 대해 담화를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퀴어 커플인 ‘선우’와 ‘희서’와 함께 다뤄지는 ‘신임’과 ‘정남’의 이야기는 퀴어로서 겪는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든다. 강유가람 감독은 “원래 명확히 그 둘이 퀴어 커플이라는 것을 드러내려 하지는 않았는데 선우가 그들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정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권아람 감독님의 ‘홈 그라운드’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노년 퀴어들의 삶에 대해 좀 더 많이 접하게 됐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분들의 존재가 기록되지도 않고 가시화되지도 않는 부분을 영화 속 젊은 커플하고 연결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홀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안타까운 묘사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추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소품은 사진이다. 영화 속 주요 요소로 등장하는 사진에 대해 감독은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와 기억하고 싶은 권리들이 퀴어들에게 자유롭게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다.
”고 의도를 전했다.
“사진은 요즘 같은 시대에 자기 자신을 많이 전시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요즘에는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젊은 퀴어들의 경우에는 커플 사진을 올리거나, 결혼식을 올리고 공유하는 부분들이 생겼지만 예전부터 문화가 형성된 이성애자처럼 일상적이지는 않고, 거리낌이 없을 수가 없다. 저는 퀴어들에게도 나의 삶의 일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허락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신임’과 ‘정남’의 인화사진은 곧 연인의 사진이 부재한 ‘희서’의 인스타그램 피드로 연결됐다.
“희서의 경우 선우와의 관계를 외부로 오픈하지 않는 성향을 가졌고, 그런 성향을 인스타그램으로 표현했다. 선우도 이런 희서의 성향을 다 알고 있고 납득했지만 아랫집의 죽음으로 인해 마주친 뜻밖의 인물을 통해 나와 내 연인의 관계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으로 연출했다.
”이어지는 맥락으로 강유가람 감독은 주연 배우 이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를 묻는 질문에 아랫집 이웃 ‘신임’ 역을 맡은 전소현과 ‘신임’의 연인 ‘정남’ 역을 맡은 정애화를 꼽았다. 감독은 “분량도 그렇고 정말 작은 역할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영화의 키 이미지라 두 분이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연락 드렸을 때 흔쾌히 해 주셨다.
”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영화에 나오는 그 사진을 사전 프로덕션 할 때 두 분이 미리 촬영을 가셨는데 영상이 남지 않는데도 두 분이 정말 몰입해 연기를 하시고, 연인의 감정을 계속 이끌어내시면서 사진을 찍으셨다. 사진 한 장 남기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해 주셔서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의 차가운 사회문제를 직시하는 ‘럭키, 아파트’는 희망과 연대로 마무리가 지어진다. 강유가람 감독은 “어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일에 함께 참여할 수 있고, 무언가를 기억해 주려는 움직임에 함께하는 것 자체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며 영화가 가진 궁극적인 메시지에 대해 말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죽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인의 죽음도 그렇고 사회적 참사와 같은 죽음도 그렇다. 죽음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금기시하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영화를 통해 사회에서 죽음을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싶어서 시나리오에서도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같은 이유로 선우와 희서가 아랫집 이웃의 집에 있었던 해바라기와 사진을 함께 묻어주는 장면을 공들여서 찍으려 했다.
”마지막으로 강유가람 감독은 추후 ‘럭키, 아파트’를 만나게 될 관객에게 인사를 남겼다. “‘럭키, 아파트’가 관객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한 번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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