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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강철원 사육사를 비롯해 '푸덕'들의 눈물어린 이별의 현장이 전해졌다.
강철원 사육사는 그 사이 CNN에 나가기도 했다. 바로 내일 중국행을 앞둔 푸바오, 격리 중인 푸바오를 만날 수 있는 건 이제 강사육사 밖에 없었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검역에 들어가면서 밖에 나가고 싶어하기도 하고 지금 판다들의 번식기라 그런 행동들도 보이고 있다"라며 "조금 힘든 시기였는데 푸바오가 워낙 똑순이라 잘 적응하고 있다. 실제로 살이 빠지진 않았는데 팬분들은 걱정하는 마음에 살이 빠져보이나보다"라 근황을 전했다. 푸바오는 여전한 먹성을 자랑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강 사육사는 "먹성도 그래도로 활력도 그대로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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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20년 7월 푸바오가 탄생했다. 197g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한주먹도 안되던 뽀시래기에서 금새 폭풍성장했다. 4개월차에 걸음마를 시작해 어맘 껌딱지 시기를 거쳐 418일차에는 46kg에 육박했다.
강 사육사는 "판다들의 행동은 안귀여운 걸 찾기가 힘들다"라며 여전히 눈에서 하트가 쏟아졌다. 아이바오 러바오 못지 않게 고생했던 강 사육사는 "저는 아이바오가 그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안해주더라"라며 농담했다.
어느새 우리에게 너무 친근한 존재가 된 푸바오는 엄연히 야생동물, 강 사육사는 "판다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은 함부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공동연구 목적으로만 나갈 수 있다. 개체 수 문제가 중요한 만큼 번식 가능한 환경이 필수 조건이다. 당연히 성적으로 성숙한 시기가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해줘야 한다. 이게 동물 입장에서는 당연히 맞는 거다"라 했다.
86kg에 들어온 아이바오에 푸바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성 성숙이 나타나기 직전인 사춘기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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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적응하는 훈련 중이라는 푸바오는 엄마 아이바오가 타고 왔던 박스를 타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엄마의 물건을 물려 받아 돌아가는 푸바오에 강 사육사는 "새걸로 멋지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는데 가는 동안 엄마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 이유를 밝혔다.
푸바오는 강 사육사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애교를 부렸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에게 적응을 위해 중국어로 말을 걸며 놀아줬다. 이별을 준비하는 강 사육사에 모두가 뭉클해졌다. 강 사육사는 "아마 그래도 푸바오는 한국어에 익숙할 거 같다. 낯선 중국어가 들리다가 한국어가 들리면 기억하지 않을까"라 했다.
작년 2월 일본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샹샹, 산다라박은 "이거 보면서 푸바오 팬들이 많이 울었다. '우리에게 일어날 미래다'하면서"라 눈시울을 붉혔다. 강 사육사의 말처럼 샹샹은 중국에서 잘 지내는 중이었지만 갑자기 들리는 일본어에 행동을 멈췄고 관광객들에게 다가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일본어를 알아듣는 듯한 샹샹의 행동에 산다라박을 비롯한 팬들 역시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9개월 만에 샹샹을 만난 일본인들. 산다라박은 "나중에 푸바오를 보러 갔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 울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 사육사는 "예전에는 제가 나서서 팬들을 위로했다. 우리가 있을 때 최대한 사랑을 해주고 갈 때는 웃으며 응원해줘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제 날짜가 다가오니까 저도 감정이 격해지고 힘들어진다"라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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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라박은 "제가 푸바오에게 빠진 게 어머니 때문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외출을 꺼리셨었는데 '엄마가 푸바오 보러 용인에 가고 싶어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의 마음을 푸바오가 어떤 아이일까 궁금해졌고 그날부터 매일매일 푸바오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2021년 1월 4일부터 현재까지 푸바오를 만나러 온 사람은 총 550만 명에 달했다. 푸바오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팬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날은 좋아하는 아침 당근과 유채꽃다발로 많은 예쁨을 받았다.
약속된 시간이 모두 흐루고 강 사육사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넸지만 그도 푸바오의 마지막 외출을 가까이에서 한 번 더 조용히 바라봤다. 강 사육사도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에 울었다며 "저날 두 번 울었다. 이 공간에 푸바오가 다시 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공간을 돌아보다 울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도 팬들이 기다리고 있어 울었다"라 회상했다. 푸바오가 비운 자리는 아이바오가 채우게 됐다.
격리 첫날에는 어색해하던 푸바오는 최근에는 잘 적응하고 있었다. 강 사육사는 "마지막까지 저희가 잘 챙기겠다"라 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푸바오. 산다라박은 "제가 유독 이별을 못해서 걱정스러운데 아까 푸덕님이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푸바오 보러 중국에 갈 거니까"라 다짐했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를 혼자 남겨두고 와야할 생각에 먹먹하다. 제 마음도 추스려야 할 것 같다"라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