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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지난 14년간 뮤지컬 '영웅'을 통해 관객들에 벅찬 감동을 안겨줬던 정성화가 이번엔 영화로 돌아왔다.
정성화는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 역을 맡아, 관객들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원작 뮤지컬에 이어 영화까지 도전하게 된 그는 "최근 언론 시사회도 마쳤고, 뮤지컬 '영웅' 대구 공연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곧 서울 공연 개막 동시 영화가 개봉한다. 진정한 원소스 멀티 유즈가 아닌가 싶다(웃음). 이렇게 큰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된 것이 영광스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얼떨떨하기도 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제가 영화에서 안중근 의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은 6~7% 정도라고 생각했다. 워낙 뮤지컬에서 매체로 넘어간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보니, 나중에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노래를 할 때 기승전결을 쌓아가는 과정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만 해왔다. 그런데 주변 분들께서 계속 '하늘의 뜻'이라고 부추기시더라. 윤제균 감독님께서 사무실로 좀 들어오라고 말씀하시길래 '내가 안중근 역을 맡게 됐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마치 갓 구운 빵처럼 주시더니 '사람들이 널 안중근 의사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살을 빼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었는데, 영화 주인공까지 맡게 되어 영광스러운 마음에 한 달만에 85㎏에서 71㎏까지 감량했다"고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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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한 정성화는 배우들의 출중한 노래 실력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작품 첫 상견례를 마치고 배우들끼리 맥주 한잔을 마시러 갔다. 감독님께서 우리 팀 팀워크가 좋은 것 같다고 노래방에 가자고 하시더라.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에 김고은 씨가 노래를 불렀는데, 그렇게 노래 잘하는 배우인지 몰랐다. (김고은에) 원래 노래를 그렇게 잘하냐고 물어보니,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하더라. 영화 첫 촬영 때 김고은 씨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을 때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원래 영리한 배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노래를 대사화 시킬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진주에 대해서는 "박진주 씨가 촬영장에 없으면 분위기가 고요해질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했다. 그런 배우가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고 극찬했다.
뮤지컬 무대와 영화에서 노래 부를 때의 차별점도 짚었다. 정성화는 "영화에서는 노래를 대사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말하는 것과 노래하는 것에 큰 차이가 없도록 세밀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연습을 많이 했고 테이크도 여러 번 갔다. 저는 노래를 잘했다고 생각했는 데 감독님께서는 만족하지 못하신 경우가 많았고, 또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는 칭찬해주신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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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준 윤제균 감독에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앞서 '영웅' 연출을 맡은 윤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라며 "그런 면에서 이 역할을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정성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정성화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윤제균 감독님이 뮤지컬 '영웅'을 보러 오셨다. 당시 공연 뒤풀이 현장에서 감독님과 얼큰하게 소주 한 잔을 마셨는데 '이 작품을 뮤지컬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기분 좋게 들었는데, 다음 시즌 공연을 또 보러 오셨다. 윤 감독님은 우리나라 영화계 흥행 일등공신이자, '쌍천만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계시지 않나. 현장에서 카리스마 넘치시고 본인 뜻대로 배우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화내실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감독님께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솔직하게 오픈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만약 배우들이 촬영을 하다 잘 안 되는 게 있으면 항상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셨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가장 감명 깊었던 넘버로는 '단지동맹'을 꼽았다. 그는 "영화가 처음 시작되고 나면 '단지동맹'으로 관객 분들의 시선을 붙잡고 캐릭터의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맨 마지막 '장부가'로 끝을 맺게 된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그 장면을 충실히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십자가 앞에서'라는 노래에 나오는 장면들이 개인적으로도 좋았다. 촬영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노래를 불렀는데,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쌓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흡족해했다.
정성화에게 '영웅'은 배우로서 성장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는 "항상 고생하는 어려운 작품을 일부러 고르는 편이다. 그 과정을 통해 제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삶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과분한 영광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한 건 없었는지, 덩달아 제 인생까지 되돌아보게 됐다. 매번 연기를 할 때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안중근 의사의 굳은 심지를 정말 닮고 싶다"고 바랐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