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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 후드셔츠, '아이러브 사이판' 가게에서 산 거예요"라며 멋쩍게 웃은 이용우(38)는 여전히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이신화 극본, 정동윤 연출)의 길창주(로버트 길) 그 자체였다. 종영한지 벌써 10여일이 훌쩍 지나갔지만, 온 시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들었던 그 매력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 이용우는 '스토브리그'를 추억하며 "힐링이 된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때 그에게 손을 뻗은 이가 바로 '보이스3'의 남기훈 감독이었다. 이용우는 "감독님을 만나니 '뭐가 문제냐'고 묻더라. 그래서 공황장애도 있고 남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저는 사실 매니저가 저를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눈치가 보였었다. 저때문에 운전을 하거나 그런 것들이 다 눈치가 보였던 거다. 마침 회사에서 나올 때였는데, '혼자 해볼래?'라고 갑독님이 추천을 해주셔서 혼자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촬영도 즐기게 됐다. 그러면서 '레버리지'를 하고, 세 번째 작품인 '스토브리그'까지 하면서 감독님들 덕을 많이 봤다. 마지막에는 '이런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 7년 전에 제가 하루에 약을 두 번을 먹었다면, 작품을 하는 1년간은 제가 1년간 약을 두 번을 먹었더라. 완쾌는 아니지만, 극복을 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긴 시간 공황장애로 고생했던 그였지만, '보이스3'와 '레버리지', 그리고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완쾌의 희망까지 봤단다.
이용우는 특히 '스토브리그'의 덕을 많이 봤다고 했다. 하와이 촬영을 함께 하며, 초반에는 특별출연처럼 보여졌지만, 사실상 드라마 내 최대 반전으로 존재하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드라마 속에서 완전히 외국인 용병 투수 로버트 길로 존재했던 이용우는 사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정도였다고. 그는 "무용을 하며 투어를 다닐 때 생활 영어는 좀 했지만, 통역가 수준으로 영어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배역이 통역가다 보니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탄생시킬 수 있었다. 리스크를 안고도 저를 믿어주신다는 생각에 그만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 레슨 선생님을 붙여주셔서 노력했다. 그런데 저는 영어를 너무 잘하기는 싫었다. 어차피 9년, 10년 정도만 외국에 살았으니 원어민처럼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그정도 산 사람들에 대해 리서치를 많이 해봤고, 길창주라는 사람도 너무 능수능란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담백하게 연기하고 싶었고, 길창주스럽게 해보고 싶었다.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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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민감한 '병역문제' 관련 주제도 감당해야 했다. 이용우는 "작가님이 그 부분을 쓰시면서 '밤에 잠도 못 잤다'고 하시더라. 걱정하는 캐릭터라고 저한테 말씀을 하셨었기 때문에 저도 '어떻게 준비할까요'라고 물으니 '그냥 이 사람이 연기라는 느낌이 안 들면 좋겠다'고 하셨다. 실제 사람처럼 절실해보이고,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들이 실제처럼 나오면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저도 잘못하다가는 오그라들 수 있기 때문에 담백하게 연기하려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도 담백한 분들이라 그렇게 담아주시려 노력해주셨고, 배우분들도 담백하게 해주셔서 잘 된 것 같았다. 시청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셨다. 특히 남자 팬분들이 많이 말을 해주시더라. '저는 원래 안 우는데 많이 울었다'고도 해주셨고, 가정이 있는 분들의 연락이 많이 왔다. 또 '운동선수 출신인데 운동했을 때 생각이 난다'고도 하셔서 '그래도 누가 되지는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 길창주'를 연기하며 이용우도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길창주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역할이었고, 나를 따라온 아내도 있으니 힘들어도 티를 내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죄송한 것이 아니더라도 죄송하다고 해야 하고, 어떻게 보면 인이 배겨 살고 있는, 어떻게 보면 저희 아버지일 수도, 또 누군가의 가장일 수도 있는 역할이 길창주라고 생각했다. 실제 저는 아내에게 많이 기대는 남편이었고, 애 같은 사람이었고, 아내에게 애교도 있는 편이라 가장 같지는 못했는데, 이번 역할을 하면서 실제로 도움이 됐다. 저희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고, 실제 추신수 선수와 그의 아내 하원미 씨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철부지고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추신수 선수 같은 가장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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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음이 더 강해진 것도 있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힐링이 됐고, 심적으로도 공황장애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또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촬영을 하다가 아내가 둘째도 출산했고, 그러다 보니 제가 집에 있을 때 아이가 아프면 예전에는 겁부터 먹었다면, 이제는 '내가 이렇게 겁 먹으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심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작품을 하는 6개월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고백했다.
'극복'했기 때문에 다음 스텝도 미리 생각할 수 있게 된 이용우다. 그는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잘하지 못하더라도 연구하고 싶은 역할들이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저의 다른 모습들을 좀 봐주신 거 같다. 그래서인지 감정선이 좀 큰 역할들이 들어오더라. 몸이 어느정도 다시 완성이 되면 작품 관련 미팅도 해볼 생각이다. 또 이번 1년간 몸을 체크해보면서 혼자 촬영을 해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은 게 많더라. 스태프들과 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한 번씩 도와주신다면, 그 도움은 감사히 받겠다"고 향후 활동에 대해 언급, '완쾌'와 '극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용우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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