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독]김혜준 "청룡 후보에 오른것만으로도 펑펑 울어…수상은 상상도 못했죠"(청룡 인터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2-12 09:09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준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청룡은 저에게는 큰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청룡은 저에게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준, 더 큰 꿈을 펼치고 싶게 만들어준 용기에요." 신예 김혜준(24)이 더 높이, 더 멀리 날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의 한국영화 미래를 이끌어갈 그녀에게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날아오를 수 있는 용기가 됐다.

유난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신예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올해 김혜준은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으로 지난 달 11월 21일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박지후('벌새'), 박혜수('스윙키즈'), 이재인('사바하'), 최수영('걸캅스')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혜준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염정아, 김소진, 김윤석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뚝심있게 중심을 지키고 제 역할을 하면서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갔다"는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미성년' 스틸
시상식이 끝나고 2주 만에 다시 김혜준. 그는 "살면서 많은 축하를 받았던 이주일 이었다. 축하연락을 꾸준히 계속 받았고 축하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면서 일주일이 후딱 같던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시상식 당일,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난 듯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제 이름이 호명된 순간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너무 당황하고 놀라서 기억이 하얗게 삭제 된 것 같다. 그때의 순간이 너무 너무 소중해서 다 또렷이 기억하고 싶은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그때 영상을 다시 봐야 그제 서야 기억이 되살아난다. 무대에 올라서도 내가 어떤 수상 소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더라. 영상을 보고 나서야 '아 내가 이렇게 말했구나' 싶더라."

'미성년' 개봉 당시 진행됐던 홍보 라운드 인터뷰에서 청룡영화상에 참석해 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던 김혜준. 후보 노미네이트를 넘어 수상자까지 된 그는 "연기를 시작한 후 청룡영화상이라는 시상식이 배우들에게 얼마나 영광스럽고 소중한 자리인지를 알게 됐고, 그 때부터 청룡에 참석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냥 와 보기만 하는 것이 소원 중 하나였다. 내가 후보에 올랐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그냥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뻐서 많이 울었다.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정말 기적같이 상까지 받았다. 너무 놀라고 기뻐서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현실 같은 느낌 자체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김혜준은 전년도 수상자이자 시상자였던 김다미의 얼굴을 바라보자마자 울컥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을 꾹 참으며 김다미의 손에서 트로피를 건네받은 김혜준은 "다미 언니와는 소속사도 같고 평소에도 친하다. 그런 언니가 시상을 해줬다는 게 더 찡했다. 이름이 불리고 무대에 올라갈때까지 머리가 새하얗게 됐는데, 무대에서 언니를 보니까 눈물이 터져나올 것 만 같았다. 무대 뒤에서도 언니가 내 손을 잡고 한참이나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언니도 큐카드를 열어보고 제 이름을 본 순간 너무너무 기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미성년'의 김혜준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11.21/
김혜준은 청룡영화상에서 '미성년' 팀 중 유일하게 수상한 배우로서 영화 전체를 대표한다는 책임감 또한 느꼈다고 전했다. 수상 소감에서도 '미성년' 팀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는 "수상소감에서도 말지만 지금까지도 '미성년'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던 분들을 전부 기어갛고 있다. '미성년'은 단순히 첫 주연작임을 넘어선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도 한 분 한 분 다 기억나고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남달랐다. 무대 위에서 한 분 한 분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따로 연락을 드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며 웃었다.

김혜준에게 '미성년' 주리라는 역할을 주고 또 김혜준이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걸 일깨워준 '미성년'의 김윤석 감독.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던 김윤석은 영화 해외 촬영으로 인해 아쉽게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혜준의 수상 소식에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시상식 끝나고 핸드폰을 봤는데 감독님께 메시지가 와있었다. 너무너무 축하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셨다. 전해들은 바로는 감독님이 제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주먹을 꽉 쥐시면서 '됐다!!'라고 외쳤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안계셨다면 이 상은 제가 받을 수 없었을 거다. 다시 한번 감독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미성년'의 김혜준이 트로피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11.21/
김혜준의 수상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한 건 역시 그녀의 가족들이었다. 집 거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트로피를 놓아두고 매일 그 트로피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다는 그녀의 가족. 수상 당일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서 묻자 "제가 바로 다음날이 촬영이라서 시상식이 끝나고 집에 가지 못하고 바로 차를 타고 촬영장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날 부모님을 보진 못했는데,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는 제가 받는 걸 보고 집에서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아빠는?'이라고 묻자 아빠는 바로 친구들한테 한 턱 쏜다고 술 사러 나갔다고 하더라. 아직까지도 지인분들에게 술을 사고 계신다고 하더라.(웃음)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니 고마웠던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배풀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사실 김혜준에게 2019년이 마냥 탄탄대로 같지는 않았다. '미성년'을 통해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그가 올해 초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에서 김혜준은 시청자들에게 연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혜준은 그런 지적에 슬퍼하고 무너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연기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런 김혜준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바로 청룡영화상 트로피인 것이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준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3/
"사실 저는 올해 정말 극과 극의 경험을 했어요. 청룡이라는 큰 칭찬을 받았고 '킹덤'으로 많은 지적도 받았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받은 이 상이 정말 내가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고 너무나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잘하라고 응원해주는 상, 앞으로 더 발전하라고 채찍질을 해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 제가 겪은 것들도 지나간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계속해서 수용하고 또 반성하고 고쳐나가고 또 이겨내려고 한다."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배우 김혜준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3/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청룡영화상이 주는 흥분과 기쁨에 도취되지 않고 연기자로서의 리듬을 찾아가려고 한다는 김혜준은 청룡의 무게를 부담이 아닌 책임감으로 받아드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내 연기에 더욱더 책임감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큰 상을 받게 됐고 또 내가 이 상을 받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시게 됐으니 절대 게을러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청룡 트로피를 원동력으로 삼고 더욱 열심히 연기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나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인간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정서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 늘 함께 하고 싶은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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