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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영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린 센스 있는 번역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모으고 있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황석희 번역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한창 케이블 콘텐츠를 번역할 때라 극장 번역 데뷔는 실현 가능성 없는 꿈 같은 일이었다. 그 당시 가장 큰 블록버스터 외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였는데 작은 영화 한 편도 번역할 기회가 없던 때라 '저런 영화를 번역할 일은 평생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내게 스파이더맨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한때 꿈만 꾸던 영화를 번역하게 된 것만 해도 사실 믿기지가 않고 감사한 일이다.
Q2. 그동안 해온 다른 작품들의 번역 작업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어땠는지?
Q3.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비교했을 때 작업은 어땠는지?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번역할 때보다 '피터 파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그런지 번역 내내 캐릭터를 응원하면서 작업한 것 같다. 또한 '스파이더맨: 홈커밍' 때보다는 캐릭터를 이해하기에 수월했다. 그 당시 '철부지 10대 스파이더맨의 톤은 한국어로 이럴 것이다'에 주안점을 두고 번역을 했는데, 이 때 설정된 톤이 있어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번역하며 그 덕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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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번역이 있었다면?
'피터 찌리릿'이 가장 어려웠다.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처음 번역본을 넘길 때도 최종본까지 고민해 볼 테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 드리고 임시로 적은 표현을 자막에 넣어서 보냈었다. 'Peter tingle'은 들을 때 유치해야 하고, '피터 파커'가 오글거린다고 싫어할 만한 표현이어야 하며, 한국 관객들이 봤을 때 스파이더 센스의 발동을 이미지화해서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이어야 했다. 이 모든 걸 한번에 충족시킬 표현이 없어 3주 동안 고민했다. 뻔하게 '피터 팅글'로 음역한다면 번역이 성의 없다 할 것이고 '피터 뾰로롱' 같은 식으로 표현이 과해지면 무리수를 던진다고 비판 했을 거다. 그래서 그 장난스러움의 수위를 판단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결국 '피터 찌리릿'으로 결정하고도 관객 반응이 좋을지 나쁠지 확신하지 못했고 개봉일에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관람 후기를 살피며 욕만 먹지 않기를 빌었다. 다행히 무난히 봐주신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Q5.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한글 대사가 있다면?
가장 마음에 든다기보다 번역해 놓고 이 선택은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자막이 있다. 영화 중간 'male escort'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사실 이 대사는 어린 친구들이 듣기에는 다소 과한 표현이다. 영어에는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한국어로 있는 그대로 옮기자면 그 수위가 높아진다. 그래서 결국 자막은 순화해서 '애인대행 알바'로 나갔다. 굳이 그 풋풋한 장면에서 적나라한 표현을 써서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Q6.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에 '스파이더맨 본 사람만 아는 3대 키워드'로 '보, 스친, 찌리릿'을 꼽았다. 특히 '찌리릿'과 '스친'이라는 번역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특별한 탄생 비하인드가 있는지?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키워드로 꼽은 이유가 있는지?
사실 '스친' 같은 표현은 원문만 봐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이라 번역 당시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찌리릿'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들이 스파이더 센스를 발동할 때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효과에서 떠올렸다. 영화에서는 털이 곤두서는 효과 정도로 표현되는 스파이더 센스 발동을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에서는 번개 모양 3~5개 정도로 표현한다. 그 이미지를 한국어 의성어로 표현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보, 스친, 찌리릿' 세 단어 모두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관람한 관객들끼리만 공유하는 은밀한 암호 같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영화를 관람하시길 바란다.
영화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황석희 번역가의 찰진 번역으로 관객들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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