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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요즘 사건·사고, 실망 많죠"…이선균, 악질 현실 향한 일침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14 15:1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최근 사회의 사건, 사고 이슈를 보면서 정말 실망 많이 했어요."

범죄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 청년필름·다이스필름 제작)에서 비리가 일상인 악질경찰 조필호를 연기한 이선균(44).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악질경찰'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악질 사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악질경찰'은 '열혈남아'(06)로 데뷔, 두 번째 연출작인 '아저씨'(10)로 628만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 액션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다. 악질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룬 '악질 경찰'은 그동안 많은 범죄 장르에서 다뤘던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질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캐릭터 불문, 장르 불문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선균은 '악질경찰'에서 경찰이란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비리와 범죄로 가득한 캐릭터 조필호로 변신, 전작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12, 민규동 감독) '끝까지 간다'(14, 김성훈 감독) 'PMC: 더 벙커'(18, 김병우 감독)와 또 다른 파격적인 열연을 펼치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여기에 '악질경찰'은 영화 속 내용에 간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뤄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안산시를 배경으로 한 것은 물론, 극 중 사건의 키를 쥔 미나(전소니)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가 다뤄졌고 단원고, 노란 리본 등이 영화 속에 등장하며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날 이선균은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라 기억이 많이 남는다. 찍을 때도 그렇고 기획 단계도, 개봉할 때도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참여했던 모두가 다 그랬던 작품이다. 그래서 더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개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마케팅 단계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많이 드러낸 게 아니라 어제(13일) 시사회로 공개된 이후 다들 많이 놀란 것 같다. 보는 이들에게는 부담일 수 있겠지만 상업영화로는 세월호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고 용기일 수 있다.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에 대한 고민도 많고 너무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정범 감독이 하고 싶었던 진심을 녹였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처음 시작할 때는 꺼렸던 소재다.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만큼 감정이 더 오간 작품인 것 같다. 사실 처음 세월호 소재란 걸 듣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세월호에 대한 직접적인 다큐 영화도 아니고 유가족을 그린 영화도 아니었다. 이정범 감독이 할 수 있는 범주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물론 걱정은 됐다. 장르 영화로 유가족과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조심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이선균과 이정범 감독. 실제로 이선균은 학창시절 이정범 감독의 과제를 도울 정도로 남다른 인연이 있었던 것. 이와 관련해 "'악질경찰'은 여러 이슈도 있지만 이정범 감독과 한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학창시절 때 같이 작품을 하면서 이정범 감독과 나중에 꼭 작품을 하자고 있다. 이후 '악질경찰'로 15년 만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이정범 감독은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는 내겐 형 같은 사람이다. 학교 때도 서로 품앗이하듯 서로 도우며 작품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형과 진지하게 영화를 만든 것 같다. 학생 때는 형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영화 작업으로 색다른 느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그게 내겐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충무로에서 꺼린 작품 중 하나였던 '악질경찰'을 용기 있게 선택한 이선균은 "물론 내가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캐스팅 난항의 도움도 있었다.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돌고 돌아 나에게 온 작품이다"며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크게 봤을 때 어른들의 각성으로 봤던 것 같다. 어른들에 대한 성찰, 반성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악질경찰'에서 소화한 비리 경찰 조필호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던 이선균은 "내가 이번 '악질경찰'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한마디로 인간쓰레기, 양아치다. 보통 주인공은 멋있고 과묵하고 싸움을 잘하지 않나? 나는 정반대였다. 싸움도 잘 못 하고 겁도 많고 욕도 많이 한다. 이 캐릭터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자기 앞의 이익만 바라보는 못된 짓을 하는 그런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악질경찰' 완성판을 보니 내가 약간 시나리오에 나온 것보다 더 지질하게 만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능력이 좀 있다. 지질하게 만드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아무래도 그런 인물이 각성하고 변해갈 때 파이가 더 크지 않겠나?"라며 "상황이 보면 절박하고 짜증 나는 상황이 많다. 진실되게 연기했는데 막상 영화 전체로 보면 너무 짜증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짜증을 많이 내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조필호도 쌓이는 부분이 있어 짜증을 내고 더욱 지질하게 보이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멋있게 보이고 싶은 캐릭터도 있는데 내가 하면 다 지질해지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비리 경찰을 연기한 배우이자 국민으로 현재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빅뱅 승리와 가수 정준영의 사건도 조심스레 언급했다. 앞서 승리와 정준영은 각각 성매매 알선 의혹과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 유포 혐의를 받는 상황. 이번 사건은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관계, 성폭력, 마약 등 마치 범죄 영화에서나 볼법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대중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와 관련해 "다른 걱정을 다 떠나 이번에 벌어진 사건 사고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실망한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국민이 많이 피곤할 일인 것 같다. 이런 일이 계속 터지고 또 다른 이슈가 생기는 걸 보면서 피로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선균은 "이 작품이 내게 어떤 포인트로 남을 거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다만 모든 영화를 열심히 하지만 이 작품은 좀 더 치열하고 뜨겁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찍은 작품이다.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악질경찰' 완성된 작품보다 과정 자체가 내 인생에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한편,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악질 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송영창, 박병은, 김민재, 남문철, 정가람 등이 가세했고 '우는 남자'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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