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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작품의 가치, 흥행이 전부가 아냐"…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뚝심과 소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28 17:2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흥행 성적이 그 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이후 3개월 만에 한국 팬을 찾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호소다 마모루(51) 감독. 그가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15) 이후 3년 만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로 컴백한 소회와 작품에 대한 뜻깊은 의미를 밝혔다.

지난 2006년 열린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2007년 열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2009년 '썸머워즈' 개봉, 올해 10월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국내 팬을 찾은 이후 '미래의 미라이'로 다시 한번 내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가 28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얼리버드픽쳐스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미래의 미라이'의 연출 의도와 작품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1997년 '게게게의 기타로'를 통해 애니메이션 연출가로 데뷔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국내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06) '썸머 워즈' '늑대아이'(12) '괴물의 아이'(15)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이다. 특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번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올해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에 이어 같은 달 열린 제34회 함부르크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후보 지명, 10월 열린 제51회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 11월 열린 제29회 스톡홀름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애니메이션으로 기대치를 높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환상적인 영상미와 음악으로 채워진 기대작 '미래의 미라이'. 무엇보다 '미래의 미라이'는 내년 1월 6일(현지시각) 열리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로 장편애니메이션 후보로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받았다. '미래의 미라이'에 앞서 국내에서 무려 누적 관객수 371만2597명을 동원, 실사와 애니메이션 포함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너의 이름은.'(17,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으킨 재패니메이션 신드롬을 '미래의 미라이'가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가장 먼저 예상치 못한 최강 한파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정말 일본과 한국의 기온 차가 큰 것 같다. 너무 춥다. 하지만 이번 추위는 한국 팬들의 환대로 그래도 좀 더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 한국 팬의 환대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식도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도 있고 여러모로 몸이 따뜻해지고 있다. 오늘(28일)은 특히 비빔밥을 먹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지난 부산영화제 내한 당시에는 태풍 콩레이로, 이번 개봉을 앞두고 내한할 때는 최강 한파라는 열악한 환경 속 홍보를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기후적으로 특수한 환경이 생기는 것 같다. 태풍과 한파를 동시에 경험한 해외 감독"이라며 "주변 사람들은 태풍이나 한파가 없을 때 한국에 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태풍이나 한파 때 와서 다른 감독이 느끼지 못하는 한국을 느끼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이 또한 멋진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올해 한 편의 작품으로 무려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10월 부산에 이어 이번에 서울에 와서도 두 번의 GV(관객과의 대화)를 했는데 한국 관객은 영화를 열심히 보고 본질적인 접근을 한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관객과 대화를 한 보람이 있고 그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이런 점은 부산에서 만난 한국 관객이나 서울에서 만난 한국 관객 모두 비슷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개봉 직전이라 관객의 열정이 더욱 뜨겁게 다가오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남다른 한국 관객 사랑을 전했다.


과거 몇차례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한국 관객을 만나온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올해 한국의 서울, 그리고 부산영화제의 변화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오랜만에 찾은 한국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갔을 때가 12년 전인데 당시 내겐 처음으로 해외 영화제에 초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때 부산영화제에서는 관계자들이 텐트를 치고 영화를 접수했던 기억이 있는데 올해엔 개막식도 더 화려하고 스펙터클해지고 다이나믹해졌더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는 수식어가 손색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유명한 아시아 배우들도 많이 왔는데 너무 많은 스타들이 찾아서 레드카펫에 입장하는데 정체가 될 정도였다. 또 서울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3년 전 '괴물의 아이' 개봉 당시 내한했었는데 그때보다 서울의 빌딩, 거리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미래 도시화같은 형태가 됐다. 그래서 많이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6일 내한해 오늘(28일)까지 2박 3일 내한 일정을 소화한 뒤 내일(28일) 출국하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가능하면 일주일 넘게 한국에 머물며 관객을 만나고 싶다. 새해에도 한국에서 지내고 싶지만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문에 한국에서 지낼 수 없게 됐다. 어제(27일)는 오전 7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행사를 진행했다. 모든 행사를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호텔을 들어가니까 새벽 1시더라. 그럼에도 즐겁게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뜨거운 한국 사랑으로 무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래의 미라이'에 대한 자부심도 전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갖고 있다. 첫번째 의미는 제목 그대로 미래에서 온 소녀 미래(미라이)다. 또 다른 의미는 세상의 한 구석에 있는 정말 작은 집에서 펼쳐지는 일상을 그려내면서 우리가 느끼는 사회, 가족,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싶었다. 이러한 사회와 가족, 가치관이 미래에는 어떻게 변해갈지 담고 싶었다. 어떤 미래로 변해갈지 아이를 통해 미래를 상상해 보는 그런 영화다"며 밝혔고 또 영화 속 전쟁 신을 추가한 것에 대해 "많은 영화에서 전쟁 신을 다루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내 영화에서 전쟁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기존 영화들은 전쟁을 보여주고 싶어서 전쟁 신을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70여년 밖에 안 지났다. 아직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가 있다. 또 전 세계 가족 중 전쟁과 연관된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는 내 작품 중 처음으로 전쟁이 있었던 시대를 아주 잠깐 다뤘는데 이 가족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이라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형태, 느낌으로 지금의 결과를 선택했고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국내에서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 12년 만에 '미래의 미라이'로 타임리프(Time Leap, 시간여행) 소재를 다룬 것에 "타임리프 소재를 다루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느낀 오랜 바람이나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끝낸 다음 이 영화는 후회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후회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일본인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후회를 하고 산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판타지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후회라는 공감이 통한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관객이 타임리프 소재를 좋아해줄 것 같다. '미래의 미라이' 속 타임리프는 증조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으로 간다. 내가 이 작품을 만들 당시 실제로 돌아가셨다. '좀 더 살아 계셨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알려주셨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미래의 미라이'로 담게 된 것 같다. 두 작품에 대한 공통된 타임리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이은 흥행 기대에 대해 "감독에 따라서는 같은 톤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지난번 작품과 현재 작품에 대해 비교하고 신경쓸 수 있다. 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흥행 성적이 신경을 쓰일 수 있다. 다만 나는 매 작품 전혀 다른 테마와 캐릭터, 감성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관객이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흥행 성적이 그 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번 흥행 할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안 해본 소재를 만들고 싶다는 대한 도전 의식이 있다. 이런 도전은 리스크가 있겠지만 나는 리스크를 없애고 가는 것보다 리스크를 가지고 가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미지의 것, 신선한 것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3) '어느 가족'(18) 등을 통해 일본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예전부터 공감해왔다. 실제로 함께 종종 식사를 하는 사이기도 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대담을 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강연을 할 때 초대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고 친분을 밝혔다.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나는 일본의 사회나 가족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가족은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거의 없어지고 남녀 역할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사실상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는 근대화를 위한 형태였다. 사회를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한다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을 위한 사회다. 가족의 형태에 있어서는 사회에 규정짓는 형태가 아닌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형태를 모색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해내갈지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늘 나도 새로운 가족 형태가 어떤 것인지 그걸 발견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공통적일 것 같다. 그래서 칸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에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나의 작품처럼 특별한 가족을 다룬 작품을 조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의 미라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쿤이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변화 속에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시공간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카미시라이시 모카, 쿠로키 하루, 호시노 겐, 아소 구미코, 야쿠쇼 코지, 미야자키 요시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고 '괴물의 아이'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내년 1월 1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얼리버드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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