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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말모이' 감독 "의도적 신파? 이야기가 주는 자연스러운 눈물일 뿐"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12-28 09:58


영화 '말모이' 엄유나 감독이 26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엄유나 감독이 영화 '말모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의 한 남자가 조선어학회 대표를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영화 '말모이'(더 램프 제작).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이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난해 1218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의 갱을 통해 광주민주화 운동을 평범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면서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줬던 엄유나 감독. 그의 첫 장편 연출작 '말모이'에는 '택시운전사'에서도 보여줬던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대거 옥고를 치렀던 '조선어학회' 사건 이면의 보통 사람들 이야기를 담아 '말모이'는 평범하다 못해 글도 못 읽는 판수(유해진)를 주축으로 역사가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결국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완성된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말모이' 엄유나 감독이 26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갱을 쓰다 영화 '말모이'로 첫 영화 메가폰을 잡게 된 엄유나 감독은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글을 있다가 현장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낯설고 겁이 났다"고 솔직히 입을 열었다. 이어 "연출부를 거쳐 갱가를 하다 10년 만에 현장을 나가는게 됐는데,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말 좋은 배우분들과 제작진과 함께 하게 돼 그 분들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셨다. 현장에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그래서 한 회차 한 회차 시간이 갈수록 현장이 편해졌다. 언론시사회 때도 제가 너무나 긴장하니까 우리 배우분들이 '걱정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말해주더라. 정말 감사했다"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연출자, 감독 보다는 천만영화 '택시운전사'의 갱가로 대중에게 더 익숙한 엄유나 감독. 그는 '택시운전사'와 '말모이'의 이야기 구조의 유사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외부인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거나 어떤 단체에 들어가고 그 단체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서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는 비단 '택시운전사' 뿐만이 아니라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 왔다. 사실 '택시운전사'와 유사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 구조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 '말모이'가 내 첫 영화이니 만큼 '택시운전사'의 이야기 구조를 의도적으로 피해가야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모든 영화와 이야기는 각자가 가야할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모이'가 선택한 이 길이 관객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 구조가 '택시운전사'와 비슷하다고 해서 억지로 그 길을 피해가는 건 오히려 비겁한 일처럼 느껴지더라.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말모이'가 가야하는 길만 고민했다. 물론 보시는 분들이 '택시운전사'와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모이'는 오로지 '말모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의 후반부, 관객들의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감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아내는 이 장면에 대해 '의도적 신파'라는 지적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연 배우 유해진은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 이야기의 흐름상 눈물이 나오는 장면을 신파라고 정의내리는 것도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반대 되는 개념이 뭘까. 웃기기 위한 만들어진 장면을 '구파'라고 부른다고 정의해보자. 어떤 영화에서 웃기는 장면이 나왔다고 해서 '그 영화 구파야!'라고 폄하하진 않을거라 생각하다. 물론 이야기와 맥락에 맞지 않게 쥐어짜고 쥐어짜고 해서 관객의 눈물을 강요하는 거라면 문제이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니 눈물이 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좀더 효과적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한 바 있다.

유해진의 이 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한 엄유나 감독은 "웃음을 주기 위해 만든 장면이 웃음을 주었다고 해서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나. 우리는 눈물 나는 장면을 지나치게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전 조선어학회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울컥했다. 다큐멘터리 보고 눈물을 흘리는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 않나. 다큐멘터리이건 영화이건 눈물이 나오는 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 장면에서 일부러 관객을 울려야 겠다' '이렇게 하면 더 울겠지'라는 생각은 가져본 적은 단 한번 없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눈물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 나온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말모이' 엄유나 감독이 26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2.26/
'말모이'가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기를 바란다는 엄유나 감독. 그는 "요즘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말을 줄이거나 우리말과 외래어를 섞은 신조어를 사용하고, 또 그게 유행처럼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말모이'를 보신 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우리말이 지켜지고 있는지, 오랜 시간 어떻게 남겨져서 우리 곁에 있을 수 있게 됐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영화를 보고, 또 영화를 다 본 후에는 다같이 서점에 가서 우리말로 된 책 한권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말모이'는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택시운전사' 갱을 쓴 엄유나 작가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내년 1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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