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가 씁쓸한 현실을 짚어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된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는 고민했다. 박차오름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주장하며 "나쁘거나 추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나쁘거나 추한 상황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바른은 "힘들다고 모두 행패부리지 않는다. 최소한 법정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나약함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결을 내렸다. 박차오름은 음주노인을 재판 중지 상태로 보석,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 치료를 받게한 뒤 치료 확인서를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임바른 또한 주폭 노인의 치료감호소 처분도 고려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실행이 어렵게 되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실 주폭 노인과 수백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를 받는 재벌회장이 똑같은 형량을 선고받는 것은 실생활에서도 왕왕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이들은 더욱 깊게 공감하고 분노했다. 말도 안되는 결과에 임바른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도, 시청자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은 가진 자에게 관대하고 없는 자에게 잔인하다'는 쓴소리를 낸 것도 같은 이유다. '피고의 죄는 나약함'이라고 말하는 박차오름의 이상주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도 마찬가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 끔찍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징역 12년 형에 그친 조두순 사건을 겪었던 이들에게 '나약함'이 면죄부가 된다는 건 허무맹랑한 잡소리다.
'미스 함무라비'는 앞으로 교수와 제자의 준강간 사건을 비롯해 보다 깊어진 리얼리즘 사건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불편하고 씁쓸한 법 철학의 대립과 현실적 고민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