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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관용vs평등"…'함무라비' 고아라X김명수 법철학, 씁쓸한 이유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10:4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가 씁쓸한 현실을 짚어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미스 함무라비'의 법 철학은 때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뼈아픈 비수처럼 꽂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지나친 이상주의라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 모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기에 시청자는 보다 깊은 고민을 하며 드라마를 지켜보게 된다. 2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형사 재판을 맡은 민사 44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민사 44부는 집행유예 기간에 음주운전을 한 '음주노인' 사건과 조폭보다 무서운 전과 26범 '주폭 노인'사건을 맡게 됐다. 음주노인은 홀로 살아가며 동네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돌아갈 차편이 마땅치 않아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주폭노인'은 술에 취해 숱한 사고를 친 끝에 징역살이를 하게 됐지만 출소 후 어머니의 자살로 또 다시 술이란 도피처를 찾게 됐다.

이들의 사정을 알게된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는 고민했다. 박차오름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주장하며 "나쁘거나 추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나쁘거나 추한 상황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바른은 "힘들다고 모두 행패부리지 않는다. 최소한 법정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나약함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판결을 내렸다. 박차오름은 음주노인을 재판 중지 상태로 보석,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 치료를 받게한 뒤 치료 확인서를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임바른 또한 주폭 노인의 치료감호소 처분도 고려했지만 예산부족으로 실행이 어렵게 되자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실 주폭 노인과 수백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를 받는 재벌회장이 똑같은 형량을 선고받는 것은 실생활에서도 왕왕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이들은 더욱 깊게 공감하고 분노했다. 말도 안되는 결과에 임바른이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도, 시청자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은 가진 자에게 관대하고 없는 자에게 잔인하다'는 쓴소리를 낸 것도 같은 이유다. '피고의 죄는 나약함'이라고 말하는 박차오름의 이상주의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도 마찬가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 끔찍한 아동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징역 12년 형에 그친 조두순 사건을 겪었던 이들에게 '나약함'이 면죄부가 된다는 건 허무맹랑한 잡소리다.

그러나 아무리 시궁창 같은 이야기라도 그것이 현실이고, 박차오름과 같은 이상주의자가 있기에 또 사회의 밝은 면도 볼 수 있음을 시청자도 알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 씁쓸하고 불편한 현실에 애써 마주하고, 그 사회적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개인의 책임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꼬집는 '미스 함무라비'의 사회적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불편한 공감과 여운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앞으로 교수와 제자의 준강간 사건을 비롯해 보다 깊어진 리얼리즘 사건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불편하고 씁쓸한 법 철학의 대립과 현실적 고민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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