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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MBC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 연출 김민식, 제작 슈퍼문픽쳐스/PF엔터테인먼트)가 '명품 배우들의 연기 갑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타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가고 있다.
Q. 오랜 만의 연출이다. 기분이 어떤가?
A. 사실 7년은 연출에게는 긴 공백이다. 그래서 시작 전에는 스스로 감을 잃지나 않았을까 걱정은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본을 잘 보는 김승모 CP가 있고, 촬영을 잘하는 김만태 감독이 있고, 그간 MBC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온 많은 인재들이 있다. 이들을 믿고 묻어가려는 정신으로 시작을 했다.(웃음)
Q. 작품 소개 부탁한다.
A. 우리 드라마는 각기 다른 어려움에 빠져 있는 여자들의 모성애를 그린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이다. 외도, 임신, 낙태, 출산 등 극성이 강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막장으로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웃음). 하지만 본질을 봐 달라.
'이별이 떠났다'는 엄마로 살면서 받은 상처로 인해 삶을 포기한 50대 여자와 이제 막 엄마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20대 여자가 함께 동거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세상 사람들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을 위해 힘을 낸다. 고난을 마주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Q. 복귀 작품으로 '이별이 떠났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A. 지난 1월 '이별이 떠났다'를 처음 접했다. 금요일 오전에 받은 대본이 순식간에 1~2부가 읽히더라. 재밌었다. 내친김에 주말 동안 작가의 원작 웹 소설도 찾아 읽었다.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있다니 놀라웠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이거 '내가 하겠다'라고 했다.
사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나 역시도 지난 7년간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현실에선 내가 고난에 빠졌을 때 영화나 드라마처럼 누군가가 와서 구해주진 않는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우리 드라마에는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편의 외도로 삶을 포기한 영희(채시라 분)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선택한 정효(조보아 분)를 위해, 정효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위해, 그리고 세영(정혜영 분)은 어린 딸 유연(신비 분)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끌어낸다.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향할 기운을 얻는 드라마이다.
물론, 채시라 씨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큰 이유였다.(웃음) 남들은 저더러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하더라. 매일 촬영장을 나가는 게 너무 즐겁다.
Q. '글로리아', '내조의 여왕' 등 그간 여성 중심의 드라마를 많이 연출해 왔다. 전작과의 차별점은?
A. '이별이 떠났다'에는 엄마의 이름을 뺏긴 엄마, 엄마라는 이름밖에 남지 않은 엄마, 엄마이기 위해 여자를 포기한 엄마, 아직 준비되지 않은 엄마 등 다양한 입장에 처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일면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넓게 보면 4050세대와 2030세대의 갈등과 화합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4050세대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2030세대 간의 갈등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간 여주인공에게 가장 큰 시련을 주는 대상이 바로 시어머니였다. 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늘 이렇게 밖에 그릴 수 없는 것인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4050세대와 2030세대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육아'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에서 50대를 대표하는 영희와 20대를 대표하는 정효도 육아를 위해 동거를 선택한다. 앞으로 이들 간의 화합, 공조, 협력이 그려질 것이다. 어쩌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예비 며느리간의 로맨스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Q. '이별이 떠났다'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다
A. 우리는 어떤 고난이 내게 오면 그 고난을 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외도를 하고 이별을 통보하면 그것을 내 것으로 생각하는 데, 사실 그 이별은 내 것이 아니다. 그냥 내 것이라고 끌어안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별이 떠났다'는 내게 온 고난을 내가 스스로 극복하고 이를 떨쳐낸다는 뜻이다. 우리 드라마 영제가 'Good bye to good bye'다.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Q. 원작과 다른 포인트는?
A. 원작의 메시지와 이야기는 다 담으려고 한다. 하지만 40부작의 TV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물들과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추가되어야만 했다. 소설의 미덕과 드라마의 미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드라마이니 만큼 많은 부분을 고려했다.
사실 스무 살 대학생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와 출산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힘든 이야기를 할 때라도 유머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작보다는 훨씬 더 웃음 포인트가 많은 유쾌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기대해달라.
한편,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5분 4회 연속 방송되는 MBC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는 러시아 월드컵 경기 중계로 다음 주 토요일인 23일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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