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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故조민기 떠난 뒤..피해자에 쏟아진 악플 '2차 가해'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03-11 17:15 | 최종수정 2018-03-11 17:15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조민기가 조사를 3일 앞둔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투' 운동의 확산 속에 가해자로 지목된 그는 각종 폭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환 날짜(12일)가 다가오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민기의 죽음에 그를 비판한 여론과 피해자들도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조민기의 죽음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갖지 않아도 될 죄책감을 가지게 됐고 그와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쏟아지는 2차 가해에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이미 피해를 고백했던 이들의 SNS에는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 "마녀사냥을 했다"는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리며 거름망 없이 피해자들에게 그대로 노출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조민기에 대한 실명 폭로를 최초로 이어갔던 연극배우 송모씨의 페이스북 댓글에서는 현재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송씨를 향해 "대한민국에서 성폭행, 추행 당한 사람들 다 당당하게 잘 산다. 당신들만 피해자냐.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 가해자 인권도 생각해야지 매일 피해자 인권만 주장하느냐"는 댓글과 함께 "조민기가 죽음으로 사죄했으니 그만들 하라", "피의자 인권침해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었느냐", "마녀사냥 그만하라. 억울하면 경찰에 신고하지 그랬느냐. 사람 한 명 죽이니 속이 시원하냐" 등의 말을 여과 없이 댓글로 올리며 송씨와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에 다른 네티즌들의 반박도 있다. 네티즌들은 송씨를 응원하며 "죄를 지은 사람이 잘못하다. 죄책감 절대 갖지 말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당신의 잘못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힘들어하지 말고 힘내라. 용기내 고백한 일은 잘 한 거다"는 글을 남기며 송씨에게 응원을 남겼다.

피해자들은 앞서 진행된 경찰의 정식 수사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약 2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또 자신이 행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사회적 법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조민기가 소환을 남긴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피해자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또다시 안긴 것 또한 비난과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무분별하게 가해지는 2차 가해에 노출 된 상태다.

이 같은 2차 가해가 이어지며 '미투 운동'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미투'는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등의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피해자들이 피해를 고백하기 전, 자기검열을 하게 되며 용기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전히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던 가해자들이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피해자들이 2차 가해에서 벗어나 '합당한 책임을 지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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