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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동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진 이현주 감독과 피해자인 여감독 A가 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피해자 A감독의 폭로 이후 화살은 이현주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연출력을 인정 받은 충무로의 기대주였기에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 비난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이현주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억울하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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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데 그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서로 격양된 상태에서 통화했고 다음 날 피해자와 통화도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한 달 뒤 나를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고소가 언급되던 시점에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관계 때문이라도 자신에게 어떤 잘못도 없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나의 일방적인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일로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피해자가 나를 고소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할 수 없었고 어떻게 마음이 상했는지 물어볼 수 없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상태였고 피의자 신분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피해자에게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 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 속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고 해명했다.
이 감독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나는 너무나 억울하다.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나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나 괴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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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의 입장에서는 피해자 A감독의 폭로와 사뭇 다른 진술이 담겨 있어 또 한번 파장을 일으켰다.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온 대목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라는 지점이다.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게 이현주 감독의 주장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뒤 피해자는 이현주 감독에게 불편한 기색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대목과 결코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었음을 거듭 피력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속에 진실을 털어놨다며 무죄임을 강조했다.
이에 피해자 A감독은 이현주 감독의 입장 발표 이후 약 4시간 뒤 자신의 SNS에 이현주 감독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과 심경을 담은 글을 다시 한번 게재해 이현주 감독을 비난했다.
A감독은 "가해자 이현주 감독의 심경 고백을 읽고 한숨부터 나온다. 이쯤되니 가해자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 놓고 뒤통수를 친다고 믿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 끔찍하지만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건 당일 수업을 마치고 동기 오빠 2명과 가해자, 이렇게 넷이서 학교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이후 2차로 다른 식당에 가면서 동기 오빠 한 명의 친구가 동석해 총 5명이 술을 마시게 됐다. 2차에 갔을 때 오전 3시경이었고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 테이블에 엎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기억 나는 것은 오전 5시경에 남자친구에게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후 다음날 정오 모텔에서 깼을 때까지 기억이 없다. 동기들의 진술에 의하면 내가 '대구(집)에 내려가야 한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인들은 이대로 대구에 내려보내면 더 위험할 것 같아 근처에서 잠깐 나를 재우기로 했고 그때 가해자가 아는 모텔이 있어 동기 오빠 둘이 나를 번갈아 업어 가며 모텔까지 이동했다. 오빠들은 여자인 나를 혼자 모텔에 두기 위험하니 가해자에게 함께 있어주라고 하고 나왔고 그때가 오전 7시 40분경이었다"고 이현주 감독보다 더 자세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A감독은 "내가 눈을 떳을 때 정오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당시 나는 상의 브라탑을 제외한 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가해자에게 물으니 '기억 안나? 우리 잤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 가해자는 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원색적인 표현이 담긴 이야기를 늘어놨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퇴실 시간이 다가와 모텔 밖으로 나왔고 가해자가 '밥이나 먹자'라는 말을 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고 싶어 근처 식당으로 갔다. 그러나 점심시간이었고 시끌벅적한 소음 때문에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후 가해자가 카페에 가자고 했고 나는 그곳에서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가해자는 카페에서 '니가 먼저 키스를 했어' '그리고 잤다'라는 말을 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후 대구로 돌아가 남자친구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고 남자친구는 이 사건이 범죄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해 가해자와 모든 통화를 녹음해뒀다"고 이현주 감독의 주장을 반박했다.
A감독은 "다음날 가해자는 '남자친구한테 전화왔더라? 너 내 눈 앞에 띄면 죽여버린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무서웠지만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모텔 안에서의 상황을 물었고 그때 가해자가 '네가 울면서 레즈비언이라고 고백을 했어. 내가 달래줬고 그러는 가운데 그렇게 된거야'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가해자는 심경 고백글에서 사건 이후 '밥 먹고 차 마시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첫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돼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감독은 "가해자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 있는가?"라며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나? 내가 몹쓸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느낀 섬뜩함을 가해자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 느꼈다"고 성토했다.
A감독이 밝힌 두 번째 입장에서는 앞서 가해자인 이현주 감독과 함께 문제를 삼았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진실 은폐에 대한 대처도 담겨 있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다는 것. 한국영화아카데미 관계자들은 이 사태에 매우 분개하고 있고 엄중하게 진위 여부를 파헤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의 판결을 받기 전임에도 이현주 감독의 신작 영화를 배급한 인디플러그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는 대목도 밝히며 오해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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