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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제발 죽여달라 빌게 될 것 이다"
이날 '크로스'에서 강인규는 교도소를 찾아갔다. 의무과장을 비롯한 교도관들은 강인규의 성적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국내 최고 의대 만점에 수석이었기 때문.
의무과장은 "외과 레지던트 4년차이면 몇 개월 만 더 버티면 되는데 왜 나왔느냐"고 물었고 강인규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의무과장이 "우리 교도소에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 있느냐"고 묻자 강인규는 뜸을 들인 후 "없다"고 짧게 답했다. 강인규는 "담도폐쇄증이었던 동생은 밤중에 쓰러지곤 했고, 병원에서는 돈이 없어 쫓겨나는게 허다했다"며 "찾아갈 힘도 돈도 없는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싶었다"며 교도소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강인규의 두번째 환자는 자상환자를 찌른 제소자 김형범(허성태)이었다. 그 사람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다. 강인규가 그 교도소 의무실에 취업한 이유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강인규는 돈 벌러 나간 아버지가 산 속에 시체로 발견돼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장기가 모두 적출된 상태로 죽었고, 그 옆에는 범인 김형범이 있었다. 어린 강인규는 김형범에 달겨들어 "아버지를 살리라"며 절규했지만, 오히려 김형범은 형사들에게 잡혀나가는 강인규 머리를 돌로 내리쳤다.
강인규는 김형범의 손을 치료해주면서 황달 치료를 권했다. 나가는 김형범의 뒷모습을 보던 강인규는 "지금은 걸어 나가지만, 다음에는 기어서, 그 다음에는 누워서 나가게 될 것"이라며 "나중에는 제발 죽여달라 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인규는 황달을 핑계로 약을 처방해 그의 신장을 서서히 파괴시키려는 계획이었다.
한편 교도소에서 온 자상 환자를 살피던 고정훈(조재현)은 특이한 매듭과 훌륭한 수술 솜씨를 보고 강인규를 떠올렸다. 명인대에 전화해 그만둔 사실을 알게된 그는 "드디어 갔구나"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시절 강인규를 알고 있고 그의 분노를 잘 아는 사람, 양아버지였다.
고정훈은 신광교도소에서 뇌사 환자가 왔다는 말에 바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강인규와 조우했다. 고정훈은 강인규에게도 분노를 드러냈다. 고정훈은 "희귀 혈액형이기 때문에 우리를 입양한 걸 잘 알고 있다"며 "우리 동생 인주가 죽었을 때 마음대로 장기 이식을 한 당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한국대병원에서 쫓겨난 명예훼복을 위해 우리 인주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면서 인주까지 그렇게 만들었다. 용서 못한다"며 날을 세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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