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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슬빵' 이규형 "시즌2? 신원호PD 불러만 주면 달려갈 것"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22 10:33 | 최종수정 2018-01-22 10:3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열연한 배우 이규형을 만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다. 이규형은 극중 유한양 역을 맡았다. 유한양은 부잣집 아들이지만 애정결핍으로 인해 마약에 손을 댄 인물이다. 마이페이스인데다 마약 부작용 때문에 나사 빠진 언행을 일삼아 감방 동기들, 특히 문래동 카이스트(박호산)와 유대위(정해인)와 마찰을 빚는다. 그러나 은근한 돌직구 화법으로 때때로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하고, 애정결핍을 주변 사람에게 치대는 것으로 해결하며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안기기도 했다. 이에 유한양은 '헤롱이'라고 불리며 신드롬에 가까운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자체가 시청률 10%대를 넘기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시즌2 제작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다.

"시즌2를 간다면 너무 좋을 거다. 개인적으로 헤롱이에 대한 서사는 이미 다 풀렸기 때문에 이 인물이 주요 배역으로 나올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메오 식으로는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워낙 신 감독님은 매 작품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어떤 배우를 발굴했을지 재밌지 않나. 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은 딱히 이제는 없다. 시즌2가 나온다면 불러만 주신다면 다 제쳐두고 달려갈 거다. 하고싶기도 하다. 무슨 시리즈가 진행되는지 모르지만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가고 싶다. '비밀의 숲'도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불러만 주신다면 어떤 역할이든 가고 싶다. 두 작품 다 작년 한해 나한테 너무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나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알리고 각인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애착이 너무 간다. 너무 극과 극의 인물이다. 윤과장은 가슴 아프게 한쪽 구석에 남아있다. 헤롱이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해준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캐스팅해주신 분들이니까 언제든 불러만 주신다면 다른 작품 촬영 중이라도 양해를 구하고 달려가고 싶다."


사실 이규형은 대기만성형 배우다. 그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건 중학교 때다. 친구를 따라 교회 연극 준비를 지켜보던 그는 친구의 연기를 코치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담당자가 이규형의 연기가 더 낫다고 판단해 그를 무대에 올렸다. 전형적인 '친구 따라 오디션을 봤는데 캐스팅 됐어요'의 예인 셈이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한 뒤로 이규형은 연기만을 바라보고 살았다.

"부모님도 반대하시지 않았다. 그래서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신라의 달밤'을 첫 영화로 찍게 됐다. 그때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장기자랑을 하다 패싸움을 하는 캐릭터가 나다. 제대하자마자 25세 때부터 프로필 투어를 다녔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알아보고 같이 투어를 다녔다. 벌써 11년 전이다. 학교 선배들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노력대비 얻는 게 없고 힘 빠지는 작업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백 군데 원서를 내면 한두군데 정도 오디션을 보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몇년 동안 오디션 본 게 손에 꼽힌다. 그래도 나는 후배들이 물어보면 하라고 한다."


이규형이라는 배우가 세상의 빛을 본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영화 '김씨 표류기'다. 당시 정재영이 표류된 뒤 119에 전화를 거는데, 이때 정재영과 통화하는 119 대원 역으로 목소리 출연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인연으로 영화 '나의 독재자'에 출연하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나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등에 출연하게 됐다.

'김씨표류기' 오디션이 걸렸는데 감독님이 좋게 보셨는지 목소리 출연만 하게 됐다. 감독님이 그걸 기억하고 계시다 5년 만에 '나의 독재자'라는 영화에 불러주셨다. 혹시 기회가 없어질까봐 전화번호를 안 바꾸고 있었다. 지금도 그 번호다. 그 작품이 흥행에는 실패했다. 관심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싹 빠지더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초심으로 돌아가서 공연을 열심히 하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작품을 좋게 보신 관계자분들이 여러 오디션 기회를 주셨다. 그래서 첫 드라마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었다. 역할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도 한번 불러주셨다. 그때 조단역 역할이었는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열심히 하고 잘 돼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규형 뿐 아니라 최근 들어 대학로나 뮤지컬 배우들의 드라마, 혹은 영화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예전에 지상파 밖에 없을 때는 너무 문이 좁았다. 종편 채널이 생기고 드라마도 평일 미니시리즈, 금요일 등 편성이 새로 생겼다. 이제는 배우가 부족한 시대가 왔다. 수요와 공급이 바뀌었다. 그래서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왔다. 나뿐 아니라 대학로에 정말 괜찮은 배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관계자분들도 공연 쪽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 등은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시며 박해일 선배님, 송새벽 선배님 등을 발굴하셨다. 너무 잘된 것 같다. 다양한 배우군이 필요하겠지만 연기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배우들이 대학로에 많으니 많이 공연을 보시고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엘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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