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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피해규모 33억↑…톱배우 출연료 미지급 파문, 해결방안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1-17 16:1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연예인 출연료 미지급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이나영 구혜선 성유리 비(정지훈) 정유미 김민정 고수 김우빈 등 톱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은 이름과 얼굴이 익히 알려진 톱스타들도 이런 피해를 입는다는데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사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다. 도대체 왜 계속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지상파 3사만 30억 이상…'억' 소리 나는 피해규모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금까지 미지급된 출연료는 지상파 3사 드라마 기준 33억 9700만 원에 달한다.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KBS는 총 7편의 드라마가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냈다. '공주가 돌아왔다'(제작사 단디미디어, 미지급액 2억 5000만 원), '국가가 부른다'(제작사 JH프로덕션, 미지급액 2억 5000만 원), '도망자:플랜B'(제작사 도망자 에스원, 미지급액 4억 5000만 원), '정글피쉬2'(제작사 스카이룩, 미지급액 3400만 원),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제작사 레이엔도, 미지급액 2억 300만 원), '국수의 신'(제작사 베르디 미디어, 미지급액 2억 5000만 원) 등이다.

SBS는 '더 뮤지컬'(제작사 필름북, 미지급액 2억 8000만 원), '신의'(제작사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 미지급액 6억 4000만 원), SBS '플러스' 그대를 사랑합니다'(제작사 '그대를 사랑합니다' 엔터테인먼트, 미지급액 2억 9000만 원) 등 3편, MBC는 '태양의 도시'(제작사 이로크리에이션, 미지급액 2억 원)가 문제가 됐다.


구조적으로 예견된 미지급 문제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일단 출연료 지급 관행이 문제다. 한연노 측은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드라마 방영 후 익월 말에 출연료를 주는 관례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16부작 드라마가 이달 8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1월에 8부, 2월에 8부가 방송되고 2월 넷째주에 방영이 끝나게 된다. 이럴 경우 출연자는 1~8부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2월 28일 혹은 3월 초에 받게 된다. 방송 중에는 출연료를 받지 못하면 촬영 보이콧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드라마가 종영한 뒤 받아야 하는 출연료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더욱이 출연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도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만든 표준출연계약서가 분명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이고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어느 기관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제작사에서 임의로 계약서를 만들기도 하고, 표준계약서를 따르더라도 세부 조항들을 마음대로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아무런 효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것만 해도 심각한 문제인데, 출연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채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연기자의 노동에 따른 권익 보호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방송사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주제작사와 출연 계약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서로 조건을 조율하다 시간을 끌고 자연스럽게 방송을 하고나서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편성을 받아 방송을 하니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신뢰로 일단 촬영을 하지만 돈이 없는 제작사는 아예 입을 닫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힘이 있는 기획사라면 방송사든 제작사든 부당함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고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소규모 회사 같은 경우에는 절대적인 을의 위치다. 다음 작품 출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방송사나 제작사에 뭐라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저 믿고 기다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외주제작사에 있다. 그러나 편성을 내고 제작비를 지원한 방송사 또한 책임이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작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발생하면 외주제작사는 폐업신고를 해 버리고, 방송사는 지급 의무를 다했다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연노 측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 외주제작사나 문전사(문화전문회사)가 온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질 사람은 없다. 방송사도 정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지급 제작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해결방안? 방송사 변화 촉구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없는 걸까.

사고가 발생한 뒤 그것을 해결하는 것 보다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방송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제작사와 계약을 할 때 5~20억 원 정도를 돌려 받을 수 있는 지급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하거나, 노조에서 외주제작사가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모두 지불했음을 인정하는 완납증명서를 발행했을 때 마지막 잔금을 주는 등 안전장치를 고안하고 있다. 또 재정 상태가 부실한 제작사를 걸러내려는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노조와 방송사의 노력으로 출연료 미지급 사건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일단 무리한 요구는 사라져야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연기자나 스태프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도 방송사에 대해서는 을의 위치다. 편성을 받지 못하면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송사에서는 시청률과 화제성 등의 이유로 작품 파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톱배우를 데려오라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캐스팅에 따라 편성여부가 판가름되다 보니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0.1% 톱배우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 몇년새 채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몸값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들의 출연료를 맞춰주려다 보면 솔직히 제작비 예산이 빠듯한 경우가 많다. 작품 규모에 맞는 캐스팅의 자유만 허락되어도 미지급 사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언제든 미지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보니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연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방송사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연노 측은 "사실 방송사가 변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지금도 드라마 제작 환경은 열악하다. 이름 있는 연기자나 스태프도 얼굴이 명함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나서기는 힘들다. 그나마 배우들은 노조에서 사건을 해결해 준 케이스도 많다. '국수의 신' 때도 문제를 발견하고 보이콧을 하며 출연료 지급 전에는 물러설 수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스태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사건이 생겨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도 없고, 그들은 생계가 달린 문제라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다. 사각지대에 있는 미성년자 배우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성년자임에도 밤샘 촬영 등에 노출되거나 출연료를 받아도 캐스팅 디렉터 등에게 상납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들의 피해까지 따지면 산정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출연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건이 터지면 대책안이라고 내놓긴 하지만 그것도 지켜지는 게 없다. 여전히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꼼수 편성과 밤샘 촬영 등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보통 출연료는 편성 시간에 기준해 산정된다. 30분 방송과 60분 방송의 출연료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tvN 드라마는 60분으로 계약을 해도 100분 가까이 방송한다. 출연료는 같은데 일은 더 많이 하는 거다. 또 광주MBC는 '파라다이스 극장'을 방영하는 조건으로 6000만 원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이 모든 건 표준계약서가 지켜지기만 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방송사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전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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