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추운 겨울을 녹일 따뜻한 빛 같은 멜로 영화가 탄생했다.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보는 순간을 그려낸 단편 멜로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허진호 감독, 호필름·제일기획·이스트게이트 컴퍼니).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특별상영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상영회에는 당찬 모습 뒤 시각장애의 아픔을 감추고 살아가는 아로마 테라피스트 수영 역을 맡은 한지민과 시력을 잃어가는 피아노 조율사 인수 역을 맡은 박형식, 그리고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연출하며 한국 멜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은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는 이번 작품은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수영(한지민)과 인수(박형식)가 사진을 완성해가며 서로의 마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허 감독의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빛나는 케미가 어우러져 30분 분량의 단편 영화임에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날 연출자 허진호 감독은 이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이유에 대해 "올해 11월 초 릴루미노(저시력자를 위한 보조 기구)의 시연 영상을 봤다. 릴루미노를 통해서 저시력자 분들이 사물과 사람을 알아보시는 영상이었는데 몇 개의 장면이 기억이 났다. 엄마를 못봤던 어린 아이가 엄마를 알아보는 영상도 있었고 30~40년된 친구들끼리 릴루미노를 통해서 서로를 보는 영상도 봤다. 피아노를 연주하느 장면도 있었다. 굉장히 감동이 있었다. 그래서 단편영화로 만들게 됐다. 이것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각장애분들이 전혀 안보이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25만명 시각 장애인 중에서 21만 명이 저시력자라고 하더라. 이 번영화를 하면서 조금더 많은 것들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지민은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감독님과 같은 마음으로 저시력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빛을 선물하는 느낌의 감동을 받았다. 게다가 연출을 허진호 감독님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영화 속 에피소드가 정말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들은 거다. 감독님 배우분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서 그분들에게 선물하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각장애인 연기를 한 것에 대해 "시작장애인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한쪽 눈은 실명 상태인 경우가 많았고 한쪽은 시력이 좀 남아 있어서 눈동자가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를 보고 있지만 눈동자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느낌을 꼭 담고 싶었다"며 "그래서 그런 걸 연습해서 연기했다. 계속 연습하고 생활하다보니까 촬영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연기하게 됐다. 그렇게 눈동자 연기를 하다보니까 사물이 뚜렷히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오히려 그 점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래서 한번도 형식씨 얼굴을 한번도 제대로 보고 연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영화 촬영을 하게 된 박형식은 "단편영화지만 저의 첫 영화다. 첫 영화를 허진호 감독님 한지민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행복했다"며 "그리고 영화의 취지도 너무 좋아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하면서 실제 시각장애인분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듣고 유쾌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영화에 많이 녹였다"고 전했다.
또한 한지민과 호흡에 대해 "제가 긴장을 많이 하니까 지민 누나가 잘해주셨다. 그래서 편안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허진호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님도 아들에게 대하듯이 따뜻하게 해주셨다. 그래서 촬영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 겨울 따뜻한 빛이 되어줄 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가 21일 오후 3시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영화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12월 27일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버전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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