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답답한 고구마도 뚫어버린 배우들의 미친 열연이 '구해줘'를 살렸다.
24일 OCN 토일드라마 '구해줘'(연출 김성수, 극본 정신규)가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한상환(옥택연)과 석동철(우도환)은 마침내 구선원에 갇힌 임상미(서예지)를 구했고 악의 싸앗인 영부 백정기(조성하)는 불에 타 죽었다. 한상환은 구선원의 추악한 비리를 세상에 알렸지만 아직도 구선원에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고 있는 신도들은 영부 백정기의 부활을 기다렸고 교단 내의 핵심 인물 강은실(박지영)은 새로운 종교를 세우려는 조짐을 보였다.
'구해줘'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다루기를 기피하는 사이비 소재를 처음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특히 극중 사이비 종교 구선원이 특정 사이비 종교를 떠올리게 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한 후 '구해줘'는 시청자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이비 종교의 악랄함과 공포감은 제대로 그리며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는 충족시켜줬지만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는 답답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 특히 구해질 듯 말 듯 한 임상미의 구선원 탈출이 매번 좌절되면서 '고구마 전개'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고구마 드라마'의 원성을 내면서도 '구해줘'를 놓을 수 없었다. 이는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덕이었다. 특히 두 얼굴의 사이비 교주이자 구서원의 수장인 영부 백정기 역을 맡은 조성하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구선원이란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스스로를 영부(영의 아버지)라 칭하며 신자들을 유혹하는 그의 모습에서 실제 사이비 종교의 악랄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구선원에 갇힌 채 괴로워하는 임상미 역을 맡은 서예지의 열연도 빛났다. '고구마 캐릭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캐릭터와 별개로 서예지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특히 지나 17일 방영된 14회에서 백정기를 속이기 위해 영모처럼 행동하는 임상미의 모습은 시청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새 하늘의 언어라며 주술을 외우는 장면에서 보여준 밀도 높은 감정 연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임상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상환 역의 옥택연과 석동철 역의 우도환 역시 제 역할을 해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촬영에 임한 옥택연은 스릴러 및 장르물에도 적합한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했고 영화 '마스터'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마스터 걔'라고 불렸던 우도환은 첫 주연작인 '구해줘'를 통해 차세대 대세 남주 자리를 꿰차게 됐다.
이들 뿐 아니었다. 주연 뿐 아니라 한상환의 아버지 한용민 역을 맡은 손병호, 나약한 마음에 구선원에 빠져들게 된 임상미의 부모 임주호, 김보은 역을 맡은 정해균과 윤유선, 영부 백정기 만큼 사악한 강은실 역을 맡은 박지영 등 조연 배우들까지도 엄청난 연기 내공을 보여주며 '구해줘'를 구했다.
한편,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뜨거운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구해줘' 후속으로 방송될 송승헌, 고아라 주연의 '블랙'은 10월 14일 첫 방송된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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